ㅡ12주차 리포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한마디로 축약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놓고 끝나고 나자 다 좋은 일이었다고 가볍게 퉁, 넘겨버리고 마는 건 여자의 타고난 낙천성일 것이다.
여로를 데리고 지상으로, 빛 아래로 오르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죽지 않았으니 됐다. 죽기라도 했다간 저희의 이야기를 훗날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은 것으로도 제작하지 못할 뻔했다.
물론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고 무조건 불살주의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그 담론은 차일로 미룬다. 우선은 부정적인 친구 앞에서 뻔뻔하게 희망을 입에 담았던 책임만큼의 결과를 끌어낸 것에 안도다.
덕분일까. 신기하게도 능란은 나린마을에 도착한 직후에도 고양감이 빠지지 않아 펄펄 뛰었다. 기진맥진해 숙소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던 사람들을 두고 벚꽃다발 숲 산책까지 한 바퀴 하고 올 정도였다. 나린은 다님길 바깥 다른 마을들 중에서도 개중 익숙한 편이었기에─아끼는 복슝나무 과수원과 단골 양과자집이 있다. 물론 형제도─밤길이라고 문제는 없었다.
[요오, 형제. 이몸, 나린 강림.]
태평하게 밤벚꽃 사이에서 인증샷도 보내자 형제에게선 단박에 답이 왔다. 시시콜콜한 근황을 나누다가 나온 결론은 ‘별일 없는 거지?’ 걱정어린 물음. 아무래도 지난번 뜬금없던 물음이 형제를 심란하게 만든 모양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다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뭐, 설명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당장에는 이야기를 조금 묵힐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면 캠프가 모두 끝나고 신년맞이 할아버지 비장의 17년 된 죽통주 한 병 따면서나 할 법한.
[괜찮아~ 오늘은 너무 늦었고, 내일 가게 놀러 갈 테니까 이 몸 몫의 과자는 남겨둬야 해.]
지금 당장은 그런 이야기보다도 형제가 만드는 과자가 더 중요했다. 겨우 찾은 일상을 만끽할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음 날, 혼자가 아니라 옆에 친구를 데리고 찾아가자 혈육을 만날 생각밖에 없던 형제가 입을 쩍 벌리고 놀라다가 허둥지둥 숫된 태도로 손님을 대하는 모습에 박장대소를 금치 못한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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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질도 없이 성격 나쁘다니까.”
“으하하하핫. 뭘 낯가리는 수줍은 총각처럼 그러는 거야.”
자, 네가 부탁한 간식. 수의 손에서 넉넉한 크기의 종이쇼핑백이 건네졌다. 안에는 복슝타르트랑 차갑게 식혀 먹는 판나코타, 그리고 친구가 좋아한다고? 말차 다쿠아즈랑……
“안미츠야.”
“오, 그게 얼마만이야. 이제 완전 양과자로 돌아선 줄 알았더니.”
“너 좋아하잖아.”
감동 받아 응시하는 혈육의 시선에 남자는 킬킬 웃었다. 이럴 때만 그렇게 보지, 이럴 때만. 일주일 정도 머문다고? 나린체육관에 도전하러 갈 땐 나도 시간 내서 갈게. 이제 응원하러 가도 괜찮지? 세심한 질문에 괜찮고말고. 대신 져도 모른다. 제법 의연한 답을 보냈다. 물론이야. 나도 나린에 얼마나 많이 재도전했는데. 당시엔 듣지 못했던 형제의 무용담을 저녁밥과 같이 들으며 모처럼 휴식의 밤이 깊어졌다.
“그러고 보니 란.”
“움?”
“내년 봄에는 칼로스로 가려고.”
여로에 대해서 더 풀어보려면 길게 풀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는 멘스에 끼어드는 게 약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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