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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계약 연애

: 마일즈 번 “손 줘 봐.”“저는 개가 아닙니다, 마스. 안드로이드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ST사의 군용 프로토 타입 안드로이드입니다.”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잖아. 누가 그걸 모르냐. 아니면 그것도 안드로이드식 농담이냐? 소리 대신 눈으로 쏟아지는 말을 읽어내며 카르테는 얌전히 손을 내밀었다. 뻔히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굳이 한 번 더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는 것은 카르테 또한 그와의 대화를 즐긴다고 해석해도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스스로 말하지 않는 한 마일즈 번이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의외로 둔한 면이 있으니 말이다. 혹은 자신이 없는지도 몰랐다. 유독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그였다.아카데미의 정문이었다. 휴일 오전이라 행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없지도 않았다..

36 My Dearest, A.

: 시나요리 아리사 * * * 「함께 관람차를 타주시겠어요?」그는 또 다시 그녀의 어리광을 들어주었다. * 삐걱, 또 한 번 삐걱.바람에 흔들리며 율동하는 작고 둥근 공간.아마도 부드럽게 올라가고 있을 관람차였지만 눈을 감은 탓일까. 선명해진 다른 감각들을 통해 톱니바퀴가 한 칸, 다시 다음 한 칸을 향해 꺾어지듯 미약한 흔들림이 느껴졌다.지금쯤 얼마나 올라왔을까.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하늘은 얼마나 예쁘고 또 가깝게 느껴질까. 살짝 호기심이 들어 눈가를 덮은 커다란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장난치듯 긴 손가락 끝을 부드럽게 문지르자 웃음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손, 뗄까?물음에 대한 고민은 짧았고 답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지금을 바꾸지 않는다.세이라는 조심성이 많..

Fill the Happiness, with me Darling.

: 루 모겐스 성급한 봄으로 뒤덮인 곳이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내딛은 발아래의 잔디에 에슬리는 당장 신발을 벗어던지고 싶어졌다. 위로는 부서지는 노란 햇살, 아래로는 잘 마른 풀과 꽃, 밤새 내린 잔설이 아침의 찬 공기로 반투명하게 얼어붙었던 이트바테르에서 고작 반나절 떨어진 곳에 왔을 뿐인데 이렇게 공기가 다를 줄은 몰랐다. 물론 그 반나절의 이동에 워프게이트가 끼어있는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이트바테르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오면 나오는 제국 제일의 항구도시, 폴라리스.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휴양지로 유명한 작은 섬으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새벽부터 출발한 여행은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루, 이것 봐. 발바닥이 간질간질해.”“벌써 벗은 거야? 정말이지.”모처럼 신었던 구두는 두..

with.루 2019.02.18

당신이 나의 중심

: 루 모겐스 ※ [coc 세상의 중심에서]의 스포일러가 있는 로그입니다. 미플레이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멋진 원본 시나리오는 여기 “생일 축하해, 루.”이곳은 노르웨이의 호텔. 오늘은 12월 14일로 그의 생일입니다. 그의 생일을 기념하며 오로라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가요. 오늘의 오로라 지수는 6으로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펄럭이는 오로라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색으로 반짝이는 빛의 장막은 그 숭고하기까지 한 아름다움으로 신의 옷자락이라 불리기도 한다네요.──신의 옷자락. 정말 신이 있다면, 신의 옷자락에 닿을 수 있다면,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요.“신은 존재해. 하지만 우릴 위해 존재하진 않지.”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는 빌지도 않습니다.이곳은 노르웨이의 호텔...

with.루 2018.12.31

메리 크리스마스

: 루 모겐스 재미난 꿈을 꾸었다. 만난 적 있을 리 없는 제 어린 시절과 그의 어린 시절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풍경이라는 아주 재미난 꿈. 꿈이어서 그런 걸까, 있을 수 없는 일을 재현해두어서 그런 걸까.한 가운데 우뚝 선 높은 전나무, 전나무를 가운데 두고 해와 달이 동시에 빛나던 하늘, 반짝반짝하게 내리던 눈은 만져도 녹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게 여러모로 지나치게 인조적이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이제껏 겪은 수많은 이상한 일들에 비하면 한참 즐겁지.남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건 별로 즐겁지 않았지만 커다란 전나무를 트리로 바꿔나가는 일은 즐거워서 의욕을 보였다. 아무것도 장식되지 않은 심심한 나무에 흰색과 빨강색이 엿가락처럼 얽혀서 지팡이 모양으로 굳은 캔디케인, 빨강, 파랑, 금색, 은색, ..

with.루 201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