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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오늘의 일기 3월 4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여전히 공부 중 오늘도 돌아온 테스티아와의 공부 시간이에요. 하지만 오늘의 공부는 늘 하던 신화 공부가 아니라 조금 다른 것이었어요. 살비마을의 체육관 관장님, 드레인저 씨의 정보가 공개되었거든요.어젯밤은 덕분에 그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한숨도 못 잤지 뭐예요. 누군가 한 사람을 생각하며 밤잠 이루지 못하다니, 로맨틱한 분위기가 아니라 아쉬울 뿐이에요. 어제는 캠프의 모두가 드레인저 씨 생각을 하느라 잠을 설쳤을 텐데 드레인저 씨는 어땠으려나요. 꼭 모두의 아이돌이 된 기분이 아니었을까요.“테스티아. 껍질을 깨도 괜찮은 거지?”그래서 어제 한참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테스티아가 껍질을 깨고 헐벗은 몸이 되어 공격을 하는 전법이었어요. 껍질깨기란 기술, 예전에도 듣고..

108. 오늘의 탐색 3월 3일

그 첫 번째, 테루테루와 페어리의 위기어제 테레지아랑 만났으니까 오늘은 더 이상 새 포켓몬은 그만 찾고 배틀을 해볼 생각이에요. 생각해보니 다른 분들에 비해서 저는 마을 밖의 트레이너들과 거의 배틀을 해보지 않았더라고요. 배틀보다는 야생 포켓몬을 만나는 일에 더 힘을 쓴 편이라 말이죠. 그런 것치곤, 생각보다 엔트리가 늦게 채워진 편이지만.어라, 저 의외로 조우 운이 좋지 않은 편인 걸까요? 풀과 페어리 만큼은 정말 잘 만나고 다닌 것 같은데. 이게 운명이란 걸까요…….그래서 오늘은 불꽃 타입의 영치코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우선은 그 전에 레인저 분과 브리더 분에게 배틀을 신청하러 가기로 했어요. 포켓몬 레인저 분은 꽤 바쁜 편이라고 들었는데 배틀을 신청해도 될지 조금 걱정도 되지만 일단 인..

107. 오늘의 일기 3월 3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공부 시간 어느새 이 시간은 테스티아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유진 씨가 만들어준 닭이랑 고구마랑 감자랑 마늘이랑 꼭꼭 씹어 냠냠 먹으며 저는 오늘도 테스티아가 가져온 두꺼운 책을 펼쳐주었어요.“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읽어볼까?”암스타로 진화한 테스티아는 촉수의 꼬물거림이 조금 더 테크니컬해져서 전보다 능숙하게 페이지를 넘겼어요. 처음엔 테스티아의 십자 모양의 입이라거나 뾰족뾰족해진 등껍질이라거나 사백안으로 가늘어진 동공이라거나 조금 움찔했지만 겉모습이 조금 변했어도 여전히 제 귀엽고 호기심 대왕인 테스티아더라고요.“지난번에 세계의 기원에 관해서 이야기했었지? 보통 있지. 수많은 창조신화에서 최초의 세계는 무無였다고 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테스티아. ‘아무..

106. 오늘의 포켓몬 3월 2일

필살의 플라엣테 플러팅 저는 특별히 원하는 친구가 없다고 캠프 초창기부터 말해왔는데요. 그 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여전히 만나면 인연이고 만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가짐이에요.그런 와중에도 만약 만나게 된다면 제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안아주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면 바로 플라베베였어요.꽃의 숨겨진 힘을 끌어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친구. 평생을 손에 든 꽃과 함께 지내는 아이. 플라베베가 늘 껴안고 다니는 꽃은 뿌리가 없음에도 영영 시들지 않고 플라베베와 일생을 함께 한다고 하죠.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아닌가요.그리고 또 하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화책이 있거든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서 이제는 페이지가 너덜너덜하고 색 바랜 동화책은 플라제스와 영원의 화원에 관한 이야기예요. 플라제..

105. 오늘의 탐색 3월 2일

그 첫 번째, 테이동산마을을 떠나던 날, 저는 테이와 텟샤에게 신중하게 물어봤어요. 혹시 너희가 이곳이 걱정이 된다면 당분간 여기 남아서 이곳의 아이들을 지켜주겠느냐고요. 테이도 텟샤도 얌전한 아이들이라 트레이너와 멀리 떨어진다고 해서 야생 포켓몬처럼 난폭해질 일도 없고, 동산마을에 계신 다른 분들께 부탁해둘 수도 있으니까요.그야 저도 두 아이와 떨어지는 게 섭섭하고 걱정이 되지요. 둘에게 살비마을의 꽃밭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는걸요. 하지만 제 마음을 앞서기보다 테이의 마음이 보다 편해지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이대로 숲에서 등을 돌렸을 때 너희는 정말 괜찮은 걸까 하고 말이죠.조심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테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자, 테이는 불룩하게 나온 주둥이를 제게 문지르며 낮게 그르렁 소리를 냈어요.“..

104. 오늘의 친구 3월 2일

: 와이 흔들리는 손을 멍하니 응시했다. 길게 뻗은 손 너머로 시선을 올리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새까만 눈동자.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지금의 저는 와이가 보기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던가요?「그건 포켓몬이 조금 부러운 것 같아요~」「부럽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일까? 」그거, 저에게 되물어보기 있어요? 돌아온 질문에 속으로 조금 투덜거렸지. 그야 부러울 수밖에 없는걸. 사람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말과 달리 사람을 대하는 당신에게서는 늘 어떤 선을 느꼈다. 인간과 맺는 호의, 애정, 신뢰, 맺어지는 인연. 그런 것들을 ‘필요 없다’는 듯한.싫어한단 게 아니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도 아니라고 그랬다. 그럼에도 보이는 아주 가느다랗고 희미한 선은 ‘필요’..

103. 오늘의 일기 2월 29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밤 오늘의 야식은 감자샐러드와 빵이에요. 고슬고슬하게 삶은 달걀과 감자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를 모닝빵 사이에 욕심껏 꽉꽉 채우고 슬라이드 치즈도 한 장 넣고 취향이라면 잼을 발라도 좋겠죠. 제가 만들었냐고요? 설마요. 베릴다 씨에게 받아 왔어요. 아, 베릴다 씨는 동산마을에 사는 아주머니인데요. 지난번엔 묘원지기 할아버지를 도와줘서 고마웠다거나 꽃들을 정리해주어 기뻤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졌어요.빵을 냠냠 먹으며 일기를 쓰려고 다이어리를 꺼내자 옆에 테스티아가 또 꼬물꼬물 오더라고요. 이 아이는 생각보다 더 야행성인 것 같아요. 제 포켓몬 친구들은 대부분 바른생활이라서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는 편인데─제가 잠들 때까지 잠들지 않는 테리와 제 모자 위에서 자다 깨다를..

102. 오늘의 기술 2월 28일

아직 다음 체육관까지는 멀었지만 앞으로 아무 씨에게 기술을 배울 기회가 몇 번 없을 테니까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겠죠.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서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기술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포켓리스트의 기술 목록을 보고 지갑의 남은 돈을 계산하고 아무 씨는 어디 있더라 두리번거리며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헤아렸어요. 그러니까, 테토는 기술머신으로 가르쳐도 되고 테리는 아직 고민 중이고 테스티아는 곧 스스로 배울 거고……,그렇게 헤아리며 소파에서 생각에 잠긴 사이 테마리가 어딘지 들뜨고 기대에 차서 제 주위를 기웃거리더라고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설레는 기색에 돌아보기가 정말 괴로웠지만 흘끔, 얼굴을 보자 평소의 험상궂은 얼굴 대신 꼭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곱게 눈을 빛내고 있는 ..

101. 오늘의 일기 2월 28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도시락 타임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손이 10개라도 모자랄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이상하다. 테리는 혼자 잘 컸던 것 같은데.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테리는 ‘반대가 아니고요?’ 하고 특유의 ㄱ-한 표정으로 절 보겠죠. 그래도 캠프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면서 편의상 전반조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이제 신경을 덜 써주어도 괜찮은 편인데요. 후반조…… 그러니까, 테논부터 시작해서 이후의 아이들은 아직 좀 더 지켜봐주어야 하는 편이에요.그 중에서도 테스티아는 특히요. 이 아이는 정말 마이페이스에 태평한 타입이라 제가 눈을 떼면 금세 혼자 꼬물꼬물 자기 흥미를 끄는 것으로 가버리고 말아 눈을 뗄 수 없어요.갓 화석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테스티아는 그랬어요.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느리게 끔뻑이면서..

100. 오늘의 아르바이트 2월 27일

그 첫 번째, 포켓몬 센터 “───그래서 도와주실 수 있나요?”“네. 맡겨주세요.”동산마을에 오자마자 노바 단체 사람들과 마주쳤어요. 그들은 무언가 신기하고 커다란 장비를 들고 숲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요. 작은 마을을 둘러싼 아늑한 숲에 그 커다란 장비들은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조심성 없이 지나갈 때마다 가지가 꺾이고 풀이 고개를 숙이는 게 훤히 보였어요.정말 속상한 일이었어요.제 고향인 꽃향기마을은요. 어딜 가나 너른 꽃밭이 사시사철 피어 있는 게 자랑인 마을이에요. 그런데 혹시 알고 있나요? 아주 먼 과거, 꽃향기마을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대지였다는 걸.그 아무것도 없던 땅에 사람들과 포켓몬이 모여서 힘을 합쳐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려 지금의 꽃향기마을을 만들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