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JOKER 9

#8

: 앙헬 서머즈 ◆ ◆ ◆ 맴- 맴- 맴-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꽃잎이 녹아내리는 냄새를 맡았다. 카밀라에게는 낯선 여름의 향기였다.“잘 따라오고 있냐?”메아리치며 들려오는 매미의 울음소리, 어느 한구석 부족한 곳 없이 작렬하는 금빛 태양, 태양빛 아래로 살랑살랑 봉오리를 활짝 연 색색의 꽃들, 꽃향기를 가득 안고 스쳐 지나는 여름 바람, 바람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면 보이는 뭉게구름,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앞서 걷는, ……당신.모든 것이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콘크리트 바닥을 구경하던 기억이 있다. 거대하고 높다란 건물의 옥상에서, 쏟아지는 빛을 피할 구석 하나 없이 그저 넓기만 하던 방수칠 된 녹색의 바닥 위에 쪼그려 앉아 일렁일렁 춤을 추며 피어오르던 열기를 구경했었다.녹아내릴 ..

Project : JOKER 2019.07.12

#7

: 앙헬 서머즈 ──와아.당신은 웃기도 하는 사람이구나. 내내 찡그리거나 뚱하거나 무표정하거나 아무튼 기분 나빠 보이는 얼굴만 본 것 같은데. 덕분에 처음엔 잔뜩 눈치를 보았다. 지금이라면 그저 그렇게 타고난 얼굴이라고 알게 되었지만.미소라고 해도 될까. 살짝 당겨진 입꼬리를 응시하며 저는 이미 얼굴가죽이 그렇게 되먹은 게 아닌가 싶은 환한 미소를 보인다. 습관이고 버릇이고 스위치를 누르면 나오는 싸구려 복사기의 사진 같기도 했다.당신의 표정을 따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제 얼굴을 이리저리 만진다. 이것도 뭐든에 속할까요? 제가 할 수 있는?-뭐든 할 수 있잖냐.저의 무얼 보고 그런 말이 나온 걸까. 아니면 뭐든이란 게 그렇게 쉬운 걸까. 뭐든 할 수 있어요? 그 뭐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뭐..

Project : JOKER 2019.07.12

#6

: 앨런 루즈 조용한 시간이었다. 목소리가 하나 줄었을 뿐인데 누군가 공간에 음소거라도 한 듯 조용해진 시간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이 상황에서 웃고 떠드는 쪽이 ‘이상할’ 것이다.하지만 당신은 이런 분위기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앨런 씨.그가 자신의 몸에 운명을 봉인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두 가지 모순된 반응이 들었다. 하나는 역시 당신이 그럴 줄 알았어요. 또 하나는 당신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자기희생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정말로 제 몸을 갉아먹을 짓은 하지 않는 요령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당신이 그렇게까지 한 것은 아마도 ‘나는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그 마지노선이 있었기 때문이겠지.그러나 100%는 아닌, 당신 또한 도박이었을.“바보 같아요, 앨런 씨. 당신은..

Project : JOKER 2019.07.12

#5

: 카스토르 바실리스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당신의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라,당신을 존중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카밀라 씨.” 존중, 그 말에 조소가 비집어졌다.정말 한결같은 사람이다.한결같이 바보에 어리석고 멍청하고 답답하고 어수룩한데다 요령은 나쁘고 손해 보면서 기뻐할 멍청이.아직도 당신을 보면 구역질이 날 것만 같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곤 극히 한정적이다. 남길만한 기억이 없는 탓이다. 괴롭고 힘들고 아프고 끔찍하고, 아니면 남겨둬 봤자 하등 영양가가 될 것 없는 수많은 기억을 지우고 불태우고 찢고 하다 보니 남은 것이 몇 없었다.그 남은 기억의 대부분은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유일하게 간섭에서 벗어나는 시간, ‘자유’라고 부를만한 얄팍한 순간. 거기서 읽었던 책 중에 꼭 당신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Project : JOKER 2019.07.12

#4

: 앙헬 서머즈 “야.”그 부름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저질렀다. 저질렀어. 저질러버렸어. 화를 내겠지. 똑같이 손이 날아올까. 질끈 눈을 감고 거북이처럼 목을 넣는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멎을 줄 몰랐다. 어째서 우느냐 묻는다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고, ……그만큼 슬퍼서였다.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또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과 엉망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역시 저는 무리예요. 이상할 수밖에 없어. 평범, 보편, 정상, 당연, 어느 것과도 거리가 멀어.붉고 뜨거운 것을 각오했다. 푸르고 찬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당신은 전혀 다른 색, 다른 온도의 것을 주었다.아, 마치 제 빛과 같지. 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 것이라 생각한 적 없는 그 빛. 그 샛노란 빛.“차라리 화를 내고..

Project : JOKER 2019.07.12

#3

: 앙헬 서머즈 「아니. 나도 너랑 같은 세계에 살았어.」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당신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들여다본다.다시 들여다본다.본다. 본다. 본다.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당신이 없었다.없다. 그럴 리가 없다. 존재할 리 없다. 없다. 없다. 없어야 한다.태어나면서부터 능력자인 아이가 벨레로폰의 마수를 벗어나리란,없다. 있어선 안 된다.왜?그야, 아니라면 억울하잖아.왜? ……나만?“이 기만자!!!”──철썩.제 어깨로 걸쳐졌던 담요가 스르륵 바닥에 떨어진다.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당신 앞에선 제법 열심히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딱 반이었다. 제 웃는 낯을 간파하고 속아 넘어가주지 않는 사람과 선량하고 순진하게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카밀라는 후자가 좋았다. 그 사람들 앞에서 ..

Project : JOKER 2019.07.12

#2

: 카스토르 바실리스 “구역질이 나요.”“구역질이 나요, 카스토르 씨.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저, 생리적으로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말을 이으며 여자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흘러넘치는 눈물을 두 손등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리는 게 누가 봐도 피해자는 여자였고 비극의 주인공도 여자였다.그 뚫린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만 아니었어도 말이다.“무능하고 무력한데 왜 살고 있어요? 그럼 죽어. 내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 죽어, 죽으란 말이에요. 나를 구하려는 생각은 품지도 않은 채 그저 나를 통해 당신의 자기만족을 채우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것뿐이죠? 내가 당신의 ___인가요?”여자는 더없이 서럽고 슬프단 듯 여전히 훌쩍거리며 울었다. 지나가던 누구나가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

Project : JOKER 2019.07.12

#1

: 리우리엔 *“이 버러지 같은 게!!!” 버러지 같은, 버러지, 버러. 버러. 버러지, 같다. 버러지 같은 게. 그건 누구를 향한?ㅡㅡㅡ바닥을 기었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 입에서 나오는 게 아냐. 기억이다. 아파? 아파. 웃어. 웃을게.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빛이 있었다. 나의 빛이 아니야. 형광등의, 전기등의, 팍 깨지고 푹 찔리고 쏟아지는 인조등의, 플래시백. 깜빡. 깜빡. ……깜짝! 기억이 혼망한다.왜 그런 눈으로 봐? 쳐다보지만 말고 무슨 말이라도 해줘. 어서 날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풀어. 도와줘. 살려줘. 싫어. 아프게 하지 마. 이 버러지 같은 게!!! 아, 또 꿈틀거리는구나. 가엾기도 하지. 치료해줄까? 그래, 동정을 던져. 싸구려 동정을. 빨리. 빨리. 빨..

Project : JOKER 2019.07.12

Project : JOKER :: 카밀라

“당신의 빛이 되어드려요.” 이름 : 카밀라 / Camilla나이 : 26세성별 : 여 (시스젠더)외모: 햇살 아래 밀밭이 연상되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층을 잘못 내 여기저기 삐쳐있다. 동그란 풀잎색의 눈동자는 초여름의 갓 돋아난 풀이 햇살을 흠뻑 머금은 듯 보인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귀엽고 선한 인상. 살구색의 피부는 햇빛 아래 오래 있으면 금세 홍조가 오르곤 한다. 왼쪽 귀에 금색의 귀걸이를 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이 발동할 때면 빛을 반사해 반짝이며 주목을 산다.선이 가는 편으로 겉보기에도 전투 능력은 없는 게 명백하다. 지구력은 나쁘지 않지만 전반적인 신체 능력은 간신히 평균.제복은 개조 없이 반듯하게 차려입고 지퍼를 목끝까지 올리고 있다. 다만 웃옷을 일부러 한 치수 크게 입어 넉넉한 품을 ..

Project : JOKER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