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루 49

해피 버스데이 마이 디어

: 루 모겐스 생일. 말 그대로 태어난 날이지. 그래서?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어. 그야 난 태어난 날도 모르고, 태어난 걸 축하해본 적도 없는걸. 그보다 축하할 일일까, 태어난 거? 그렇게 생각했어.그러다가 아카데미란 곳에 가서, 「생일은 가장 행복한 날로 하면 돼.」라는 말을 들었어. 그 때도 조금 어리둥절했지. 가장 행복한 날이란 어떤 날? 가장 행복하다는 건 어떻게 알아? 어떻게 느껴?그보다 생일이란 행복한 날이야? 태어난 건 축하할 일이야?・・・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말하자면,“루 몰래 만들어야 해!”생일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둔 참이야. 변화가 극적이라 조금 부끄럽네.생일이 어떤 날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태어난 걸 축복하고 함께 축하하는 행복한 날이야. 하고 대..

with.루 2017.12.14

아델하이 데이트

: 루 모겐스 비공정이 구름을 뚫고 선착장에 도달한다. 귀족들이 타고 다니는 호화로운 것이 아닌 군용의 조금 투박하고 심플한 모델이다. 원정 갔던 이들이 돌아왔나 보군. 누군가의 혼잣말을 뒤따르듯 비공정에서 사다리가 내려오고 그 사다리를 한 번 밟고 이어 곧장 지상을 향해 흰 망토가 뛰어내렸다. 뛰어내린 이는 그 높이에서 떨어진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볍게 바닥에 착지하여 그대로 선착장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그가 지나간 흔적으로 한 박자 늦게 불어오는 바람에 지켜보던 이들이 낮게 감탄한다.“이번에도 별 일 없었던 모양이야.”“그런 모양이군.”“챠콜 경~!!! 그렇게 내려가면 위험하다니까요~!”선착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어느덧 익숙한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비공정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보고 놀라기도 했었지..

with.루 2017.12.07

안아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

: 루 모겐스 『안아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 에슬리의 체온은 한 번 올라간 이후로 쉽사리 내려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그릇의 깨진 틈으로 제 열기가 흘러나가고 있는 탓이겠지. 그러지 않더라도 전부터 추위는 잘 타지 않는 편이었고, 덕분에 한겨울의 레기르에 있더라도 도리어 눈을 녹일 정도로 따뜻한 몸을 자랑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지금에 와서 한기를 느낀다거나 허전하다거나 남의 체온이 그립다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있는 쪽을 힐끔 보고 다시 머리를 굴린다.역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괜히 얕은 수 내길 포기한 에슬리는 살금살금 그에게 다가갔다.“있지, 루.”“응?”“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줘.”우선 팔을 쭉 벌리는 거야. 양 옆으로. 그..

with.루 2017.12.07

Trick yet Treat

: 루 모겐스 오늘의 이트바테르는 언제나 다는 붉은 등 대신 장난스러운 호박등을 주렁주렁 매단 채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과자를 굽고 초콜릿을 녹이고 젤리와 사탕은 가득 쌓여 금방이라도 데구르르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 즐거운 분위기, 그리고 따뜻한 냄새 사이사이로 여기저기서 과자를 내놓으라는 외침까지.커다란 호박을 파내 직접 만든 바구니를 든 채 에슬리는 할로윈 분위기에 푹 빠져 들뜬 걸음을 했다.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고수하던 간편한 차림과 달리 어딜 보나 사람을 꾀어낼 것 같은 마녀로, 돈을 투자하여 비싼 천을 갖고 만든 보람이 있는지 가볍고 얇아 움직이기에 불편함도 없었다. 다만 드레스 형식에 가까운 의상 위로 걸쳐진 검은 망토가 조금 언밸런스한 부분일까.그녀 옆을 따라 걷고 있는 루는 창백..

with.루 2017.11.07

첫 키스

: 루 모겐스 조금씩 저물어가는 해를 따라 슬슬 창문을 닫을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쌀쌀해졌네. 엘버의 추위에 비할 건 아니지만. 저녁은 따뜻한 게 좋겠어. 뭐가 남았더라. 띄엄띄엄하게 이어지는 대화와 함께 창문에 걸쇠를 걸고 몸을 돌리자 그가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가자 긴 팔이 뻗어와 당긴다. 당기는 대로 이끌렸을 때는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갑자기 왜?태연하게 답하기엔 이미 긴장이 묻어나는 더듬거림에 그냥. 이러고 있는 게 좋아서. 돌아온 답은 기운이 빠질 만큼 느긋한 목소리. 그러면서 등 쪽으로 무게를 실어오는 체온에 잠깐 움찔했지만 곧 몸을 틀어 그를 마주 안았다. 이러고 있는 거 실은 엄청 부끄러워. 생각으로는 이미 수백 번을 곱씹었지만 이번에도 말하는 대신 가..

with.루 2017.10.13

달라진 점?

: 루 모겐스 가령 눈이 마주쳤을 때, 혹은 손끝이 닿았을 때, 동시에 입을 열 때, 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던 순간이 자리를 잘못 찾은 퍼즐처럼 호흡을 엇나가게 만든다. 어째서일까. 온화한 실내 공기 속에 요정이 몰래 간질간질해지는 가루라도 뿌린 듯 숨을 쉬는 것조차 어색해져 심장이 갑갑해져버리는 건.──아니, 심장이 갑갑한 건 어색해서가 아냐.‘으……, 물끄럼 쳐다보고 있어.’언제부터일까. 그의 시선 속에서 다정함이나 부드러움만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이름의 다른 색을 찾게 된 건.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러자 에슬리. 옷자락을 당기며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시선을 제자리로 되돌렸다. 돌아보면 여전히 그녀를 담은 눈동자에, 이상하기도 하지. 사람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with.루 201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