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주노 43

03) 모닝키스

For.주노 더보기 잠귀가 어두운 편인가 하면 보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아주 예민하지도 않아서…… 그렇죠. 당신이 주의 깊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몰랐을 거예요. 일부러 돌아누웠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데, 그보다 잠들기 전에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거 있죠. 그저 언제나처럼 의식이 까무룩 침잠하기 전까지 들리던 도란도란한 당신의 목소리, 듣기 좋은 웃음소리, 간질간질한 속삭임, 감싸 안은 팔의 온도, 코끝으로 닿는 체취. 그런 것들로 기억이 모조리 뒤덮여 있어서 방향 같은 사소한 건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당연히 응시한 건너편에 당신이 있을 뿐이었어요. 아주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요. 무언가 꿈을 꾸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냐미링을 행복하게 했을 테니 저도 행복한 셈 하자며 눈을 떴..

with.주노 2022.05.02

02) 청춘의 서두

For.주노 더보기 “저기…… 괘, 괜찮아요?” 어느 가을의 기억이다. 멈춰 있던 손앞으로 캔 하나가 내밀어졌다. 고개를 들자 아직도 사춘기 소년인 것만 같은 풋된 얼굴이 벌겋게 쭈뼛거리고 있었다. 누구더라. 소녀가 고민하는 사이 그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이거, 학생회에서 나눠준 건데. 못 받았으면. 바, 받았으면 제가 마실게요. 그……. ……지친 것 같아서. 첫 학생회, 첫 문화제 준비로 한창 들뜨고 바쁘던, 모든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던 정취 속에서 건네진 말. 건네진 따뜻한 캔 음료, 상대를 이제야 떠올린다. 한 학년 위의 선배. 그러니까, 이름이 아마도── “주노! 이쪽 좀 와줄 수 있어?” “아, 지, 지금 갈게!” 주노. 본래 학생회는 아니라고 했다. 문화제로 일손이 부족하니까 잠깐 도와..

with.주노 2022.05.02

01) 정직한 날

For.주노 더보기 오늘은 에이프릴 풀(April Fool's Day)이라고 해요. 악의 없는 가벼운 거짓말로 속이고 장난을 치고, 오늘만큼은 누구든 어떤 악동이 되어도 살짝 눈감아준다고 하죠. 이 날을 기회 삼아서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살짝 드러내기도 한다는데. 언제나의 저였다면 다른 사람의 장난만을 신경 쓰고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지나가듯 나온 화제 때문일까요. 한쪽 뺨을 손바닥으로 감싼 채 꾸욱, 생각에 잠길 일이 있었어요. 예전부터 곧잘, 자주, 자연스럽게? 또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제게 무구한 호의를 보내주었어요. 그저 좋은 사람이어서라고 하기에는 정말 그렇게만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스스로에게 되물어버리고 말 정도로. 누구에게나 이러던 걸까요. 아니면 저에게만? ─..

with.주노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