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주노 45

45) 홀리데이 블루스

For. 주노더보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에셸 달링은 종종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그때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꿈이란 게 으레 그렇듯 깨어나면 순식간에 기억이 휘발되어 꿈속에서 느꼈던 여운만이 가슴 깊이 남았다. 설렘, 들뜸, 기대와 흥분. 꿈속의 그녀는 언제나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첫발을 디딘다. 그러면 꿈 너머로…… Holiday blues 이전까지의 연말은 어떻게 보내왔더라. 내년에 보자며 직장 동료들과 인사를 남기고 친구들을 만나고, 밤에는 가족이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고, 불켜미의 촛불이 겨울바람에 일렁이지 않도록 손바닥으로 감싸며 함께 해돋이를 보기도 했다. 특별히 정해진 계획이 있진 않았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내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었다.크나큰 인생의 전환점을 한..

with.주노 2024.12.31

44) 선량한 이웃에게 크리스마스의 축복을!

With.주노더보기 선량한 이웃에게 크리스마스의 축복을!A Christmas Miracle for Good Neighbors JUNO × Echelle Darling  어느덧 1년 전이 된 추억이 두 사람에게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실내 트리를 장식하던 주노가 문득 가벼운 마음으로 한마디 한 것이 시발점이었다.「내년에는 진짜 나무로 트리를 꾸며보고 싶어요.」누림마을 본가에서는 늘 실제 전나무를 이용해서 트리를 꾸몄다고 했다. 누림이야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니 얼마든지 나무를 구할 수 있었겠지. 수확을 마친 헐벗은 과수원에 전구를 달아도 좋았다. 마당에 세워진 큰 나무, 작은 나무 할 것 없이 가랜드에 휘감기고 리본을 묶어 꽃과 베리, 겨우살이 가지와 열매 장식을 매달면 온 사방이 사람의 손으로 ..

with.주노 2024.12.25

43) Say you’ll share with me one love.

슈테른 국제도서전 합작 참가 > 합작 링크 더보기 Say you’ll share with me one love. 커피 괜찮아요? 질문을 건넸더니 내일 괜찮아요? 질문이 돌아왔다.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주는 게 어딨어요. 볼멘소리를 냈더니 질문을 아예 무시하던 사람도 있었는데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쳐 결국 대답이 궁색해진 건 처음에 입을 연 쪽이었다.막 사귀기 시작했을 땐 과거 이야기는 서로 불문율에 부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처럼 뻥끗도 안 하더니 요새는 좀 편해졌다는 걸까. 종종 저렇게 과거의 꼬투리를 잡곤 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남자에 한해서 신디는 자신의 판단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대신에 자기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겠다는 양─상대는 뭐라고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with.주노 2024.10.10

42) Travail de l'aurore amène l'or

합작 홈페이지 더보기 Travail de l'aurore amène l'or​ 영상편집실은 언제나 어두컴컴했다. 그야 화면을 보고 작업해야 하는 직종 상 화면보다 밝은 방이란 존재할 리 없는 명제다. 누구였더라. 우스갯소리로 “PD님, 이러다 저 시력 떨어지면 산재 되나요?” 물어봤다가 된통 깨졌다던가. 다른 직원은 또 “산재 신청할 거면 시력보다 간접흡연이나 해주시죠.” 했다던가.​그래도 과거에 비해 요즘은 편집실 흡연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형편이 나았다. 직장 동료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아니다. 담배 연기가 사람보다 비싼 편집실 장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이런, 시작부터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다. 본론으로 돌아가 이들이 여기 모인 이유를 보자. 오늘의 테마는 [HERO], 24세기 ..

with.주노 2024.08.17

41) 움트는 봄의 어느 날에

For. 주노더보기  TO. 사랑하는 당신에게허겁지겁 달려오는 중인 당신을 떠올리며 또 웃어버렸어요. 급하게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의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하고 또 아름다워서, 이 시간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누적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서요.지금 제가 있는 곳은 카푸치노가 맛있다는 카페랍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펜을 들었어요. 원래는 더 일찍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편지지는 훨씬 일찍 사두었어요! 예쁘지 않나요? 봉투를 열자마자 감탄해주었으면, 하고 몰래 기대해봐요─, 어쩐지 저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말은 바로바로 해버리는 쪽인지도 모르겠어요. 펜을 드는 대신 당장에 전화를 걸고 목소리로 전하고 싶은 기분이 지금도 있지 뭐예요. 쓰면서도 혼자 소리 내 읽어버리다가 아연하고 말았는데..

with.주노 2024.04.02

40) How long will we love

for.주노더보기 #.01오늘도 빈틈없이 올려묶은 리본머리를 하고선 화이트데이에 받은 사탕을 입안에 도르르 굴리며 여자는 창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따스해져 갔다. 곧 있으면 저 둥근 꽃봉오리가 팝콘처럼 펑 터져 온 세상에 꽃보라가 불어치겠지. 그러면 또 얼마나 예쁠까.사탕이 달콤해 뺨이 허물어지도록 행복했다. 발그레한 낯은 누가 봐도 꿈꾸는 소녀다. 그래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냐고? 그럴 리가. 겨우 한 달 전에 밸런타인이라고 하는 가장 좋아하는 행사를 치른 직후였지만 또 가장 좋아하는 행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이 여러 개일 수 있느냐고요? 물론이죠.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달링.본래부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말하라고 하면 봄을 손꼽아 말했지만..

with.주노 2024.03.28

39) I WISH Romantic comedy

For. 올리버 더보기 #.01 『상대와 사랑에 빠지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이 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싫다.』 누가 한 말이었더라. sns 중독자였던 과거답게 유명한 파랑새 거주자의 말을 인용하며 여자는 손안에 든 것을 쉼 없이 굴렸다. 1분 1초, 줄어드는 시간을 보며 초조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10년 전의 여자라면 그의 말에 하트를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사랑이 밥 먹여주진 않잖아요. 사랑에 빠진 것만으로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는데 마치 모든 일이 원만하게 끝날 것처럼 연출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전 영 취향이 아니네요. 10년 뒤 33살, 머지않아 34살이 되는 여자로 말하자면 사랑에 빠지는 걸로 엔드롤 해버리는 영화 따위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혹평을 할 ..

with.주노 2023.12.24

38) 언밸런스

for. 올리버 더보기 11월 30일에서 12월 1일로 넘어가는 밤, 수많은 파티 플래너가 새벽잠을 줄여가며 온 뉴욕을 하룻밤 사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그날의 자정보다 조금 이른 심야 22시. 뉴욕 연예인들은 다 여기 모여 산다는 소문이 자자한 맨해튼 콘도의 한 유닛에서 현재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사람이 모여 있었다. “얼른 와요, 올리버. 곧 시작한다고요.” “아하하. 금방 갈게요. 신디가 절 이렇게 애타게 찾다니 좀 신선한 기분이네요.” “무슨 뜻이에요, 그 말?” “그야……” 말꼬리를 늘리며 올리버는 답 대신 맥주 두 병을 테이블에 올렸다. 주위에는 나초나 팝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브라우니 등 순 신디 취향이다. 영화 보면서 간식거리를 먹지 않는 편인 그의 취향도..

with.주노 2023.12.03

37) LA LA LAND MAKE FILM

with. 올리버 멋진 합작 주소는 여기! https://t.co/oW6ntLNEYu 더보기 LA LA LAND MAKE FILM by Gayu, HS October. 2023 FADE IN. INT. 극장 - 밤 조명이 꺼진 어두운 극장, 커다란 스크린이 하얀빛을 뿜는다. 제작사 로고를 위한 긴 애니메이션이 지나고, 영화의 로고와 함께 음악이 재생된다. 풍성하고 웅장하다. [트랙1: 서곡] 사람들의 설렘 가득한 표정을 카메라 워크로 훑어내리다가, 이윽고 초점이 스크린 안으로 빨려든다. 빛이 뚝, 끊긴다. INT. 인터뷰 룸 - 낮 같은 장소, 하지만 다른 시간. 두 사람이 각각 인터뷰하는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인터뷰어: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올리버: 올리버 워렌입니다. 음, 배우 겸 감독이라..

with.주노 202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