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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1.31. 머무를 곳을 찾아서

의뢰:: 01.31. 새 포켓몬의 마을 더보기 “안녕, 새 포켓몬을 체험하고 싶어서 왔어?” 이것은 서리 산맥을 벗어나기 전의 일이다. 위키링과 후와링의 사이가 틀어지고, 에셸은 도통 후와링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다. 본래 고스트 타입이란 이런 걸까? 아니면 이 흔들풍손이 독특한 걸까. 그도 아니면 흔들풍손과 에셸의 마음이 지독하게도 맞지 않는 걸까. 불러도 오질 않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아주 단순하게 에셸과 있는 걸 좋아하는지조차 짐작이 가지 않아 고민하던 에셸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북새 마을의 레인저를 찾았다. “──이런 사정이 있는데, 비행 타입 포켓몬을 다루는 것도 처음이어서요. 혹시 새 포켓몬 브리딩 체험을 하다 보면 조금 더 비행 타입에 대해 알게 될까 하는 ..

26) 01.31. 좋아하는 장소에 가봅시다. ---부화 스텝⑥

더보기 야영 마지막 날 아침은 어쩐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또한 자고 일어났을 때 볼의 위치가 달랐던 점을 그의 눈썰미는 놓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난 에셸은 몬스터볼과 알을 나란히 두고 안심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포켓몬은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알에서 속삭임 같은 게 들렸어요, 위키링. 부화가 머지않은 모양이에요. 그 때는 꼭 곁에 있어줘요. 같이 지켜봐야죠.” 혜성시티의 숙소는 이리나와 함께 쓰게 되었다. 오랜만에 훈기가 감도는 방, 푹신푹신한 이불과 침대, 바람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에셸은 깊이 마음을 놓았다. 모험을 즐기는 마음은 어디 간 건지. 지금은 그저 호텔 방이 눈물나게 좋았다. 짐 정리를 마치고 가볍게 샤워까지 끝내자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잠들기엔 할 ..

25) 01.29. 포근하게 잠듭시다. ---부화 스텝 ⑤

더보기 어느덧 또 훌쩍 늦은 시간이었다. 에셸은 안경을 벗고 두 손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그대로 주변을 더듬거리자 차갑게 식은 머그가 손에 잡혔다. 머그를 눈에 붙이자 제법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위키링이 있는 동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생각보다 더 당신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나 봐요.” 머그만이 아니었다. 텐트 안쪽엔 따뜻한 난로가 있었지만 그 자리는 알들과 포켓몬들에게 양보하고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업무를 보던 에셸은 조금 언 듯한 뺨이나 손이나 두 다리를 찌뿌듯하게 뻗어가며 풀었다. 손바닥 아래로 피부가 차가웠다. 그러다 에취, 작은 재채기를 하고 만다. 몬스터볼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채 에셸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검토한 메일의 전송버튼을 눌렀다. “이걸..

24) 01.28. 이야기를 속삭여봅시다. ---부화 스텝 ④

더보기 똑똑. 나랑 눈사람 만들래? 아. 위키링은 초라서 무리죠. 그럼 위키링이 좋아하는 레몬 마들렌 만들기는 어때요? 대답 안 해줄 거예요? ──하아. 꾸준히 말을 걸었으나 위키링은 트레이너의 부름에 응해주지 않았다. 결국 에셸은 오늘의 모의전 후보에서 위키링을 제외했다. 언제나 유난스러울 만큼 함께 해온 파트너다. 위키링의 부재는 캠프 사람들의 눈에도 바로 보였다. 「싸웠어요?」 아주 간결하게 말하면 그 한 가지. 경위를 설명하자면 좀 더 복잡해지는 일이나 간단히 말해 싸웠다. 그 뿐이다. 몬스터볼을 들고 서성이던 에셸은 볼을 부화기 위에 올리고 그 앞에 쪼그려 조곤조곤 알에게 이야기를 속삭였다. “러블링. 오늘은 배틀을 하고 올 거예요. 저는 체육관 챌린지가 목표는 아니지만,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23) 01.28. 새와 소년

for.루버 더보기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데미안 인용』 아이는 새와 같았다. 언제나 그 곁을 함께 하는 작은 새와 꼭 닮아 있었다. 날아오르고 싶어서 날개를 키우고 비상하기 위해 아직 젖은 그것을 활짝 펴 힘을 주곤 했다. 아이는 노력가였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 목표를 하늘 높이 정해두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그러다 무엇을 놓치고 잊었을까. 아이는 요령이 없었다. 그저 위만을 바라보느라 자신의 세상이 높을 뿐 아니라 넓다는 것을 몰랐다. 그런 아이가 겨우 위가 아니라 앞을 보게 되었다. 누구든지 꿈꾸려 하는 자는 다른 이의 세계까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아이의 눈에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

22) 01.27. 알을 소개해봅시다. ---부화 스텝 ③

더보기 지난밤의 사건 이후, 위키링이 볼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위키링은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무엇에 화가 난 걸까? 제 행동에 화가 난 것이리라. 제게 화가 났다. 그것을 알면서도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에셸은 선뜻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나오지 않으려는 이를 억지로 꺼내고 싶지 않다. 위키링이 사라진 곁은 몹시 추웠고 홍차를 위해 물을 끓이는 것도 어려워졌지만 에셸은 어쨌든 제 잘못이니 그것들을 감안하고 위키링에게 계속해 사과를 건넸다. 그 사이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후와링으로 말하자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 알 수 없는 태도로 동굴 안을 둥실둥실 떠다닐 뿐이었다. 주로 에셸의 곁을 둥둥 떠다니는 냐미링과 다르게 후와링은 늘 동굴 천장까지 떠올라 거기 붙어서 내려오지 않았다. 천장..

21) 01.26. 불꽃이 몸을 부풀렸다

더보기 4주차 리포트 새로 만난 친구, 흔들풍손을 두고 에셸은 느긋하게 안경을 꺼내 들고 이어서 PC를 켰다. 옆에는 따뜻한 홍차. 이것으로 밤 준비는 충분하다. 오늘은 늘 하던 상회 업무에 더해 흔들풍손의 관찰 일기를 써야 했다. 더 늦게 전에 첫 보고서를 작성할 일이다. 앞서도 몇 번인가 언급했던 바다. 에셸은 포켓몬을 늘리는 데에 어떠한 계획도 없었다. 나무열매와 관련된 포켓몬을 데려오는 두안 씨, 드래곤 포켓몬이 좋은 것 같은 라하트 씨, 전기 포켓몬과 함께하는 솔라리스 씨, 벌레 포켓몬을 수집하는 말라카이 씨, 비행 포켓몬의 이리나 씨, 외에도 다들 선호 포켓몬이 제법 분명하더랬다─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한 타입의 전문가라는 엑스퍼트란 이름에 마음이 설레던 이도 보였지. 그 때까지도 본인은 ..

20) 01.26. 이름을 고민해봅시다. ---부화 스텝 ②

더보기 “다들 태명을 지어주더라고요.” 까맣고 보라색인 알을 담요에 포근하게 감싸주고 에셸은 새로 사귄 흔들풍손까지 네 포켓몬들과 알 하나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키링이 함께 하는 한 에셸은 언제든 물을 끓일 수 있었고, 오늘도 향긋한 차가 여섯 생명이 있는 공간을 훈훈하게 데웠다. 그 사이 캠프는 알을 받은 멤버들이 부쩍 늘었다. 동시에 여전히 알을 받지 않는 멤버들도 있었다. 이해는 했다. 모친에게서도 들은 이야기다. 한 생명을 책임질 각오가 되었는지. 에셸은 스스로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제 집은 넓은 축에 속했고 캠프에서 식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아이 빼놓지 않고 사랑할 마음도 있었다. 외..

19) 01.25. 냐미냐미 타임

냐미링 친밀도 로그 더보기 고스트 타입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모로 기울일 수밖에 없다.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해서 알고자 하고 있다. 알고 난 뒤에는 좋아하게 될까, 혹은 무서워하게 될까. 사실은 이미 전자이리라 자신하고 있었다. 지금도 에셸은 위키링을 사랑하기에. 분홍색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이번엔 조금 더 자신 있게 좋아한답니다. 웃으며 답한다. 달리 여지가 없는 선호색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포켓몬을 고르진 않는다. ──저글링과 냐미링에서 그다지 설득력 없는 말일지도 몰랐으나 말이다. “두 친구 모두 운명이었는걸요.” 냐미링은 오늘도 에셸의 근처를 두둥실 떠 있었다. 이 미스테리 몽나의 하루는 반의 수면과 반의 부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잘 때는 직접 볼..

18) 01.25. 따뜻하게 품어줍시다. ---부화 스텝 ①

더보기 “그래서~…… 두 분은 절 가졌을 때 어떠셨어요?” 화상 화면을 연결하고 에셸은 무릎 위에 올린 보라색의 알을 부모님께 비추었다. 캠프에서 알을 나눠주었다고? 처음에는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에셸의 모친은 막상 알이 보이자 그렇게까지 싫은 표정을 짓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알이 보고 들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 흠, 흠. 하고 여러 말을 삭히는 아내를 보며 에셸의 부친이 대신 입을 열었다. 「대단했지. 네 엄마는 늘 예뻤지만 임신한 동안에는 한층 더 예뻐 보여서.」 「상관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당신.」 「이크. 하하. 여하튼 태어날 아이가 누구든 내겐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단다. 오, 그렇다고 셰리, 너를 건성으로 대했단 말이 아니란다. 레미를 사랑하는 만큼 누가 오더라도 사랑할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