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무게추, 매듭, 미지근한 기대
For.이아고 더보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던 것처럼 라리사는 고개를 빼꼼 쳐올렸다. 왔어? 말을 건네자 집주인이 머뭇거리며 그래. 답을 한다. 그새 머리가 자란 남자는 목가를 문지르며 어색하게 현관을 넘었다. 자신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퍽 서먹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를 테면 실내용 슬리퍼가 무민으로 바뀌어 있다거나 입구의 발판이 파도가 밀려드는 모래사장과 같은 것이거나 지난번에 쏟아놓고 간 여행지의 기념품이 화이트우드풍의 장식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거나 그 위로 사진으로만 보았던 선캐처가 매달려 있다거나── 이미 전화로, 사진으로 다 듣고 본 것이지만 막상 눈으로는 처음 보는 풍경에 집주인이 누군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야, 본디 무욕한 남자는 자신의 집이라는 것에도 특별히 연연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