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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10.25 계산 없는 애정의 힘

ㅡ는개마을 아르바이트 더보기 한주의 중간을 찍는 수요일 밤, 사위는 캄캄하게 어둡고 밤바다는 그 새까만 해저에서 무엇이라도 튀어나올 듯 불길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닷속의 무언가가 마을을 덮치지 못하게 등대를 세운 걸까. 등대에서 쏘아져 나오는 빛이 어둠을 물리치도록 말이다. 제 몸조차도 분간이 가지 않아 무용한 시력을 버려둔 채 귀만 기울이면 그나마 파도가 철썩, 또 처얼썩하며 공포를 씻어내고 대신 설렘을 안겨주기도 했다. 대나무 숲에서만 지내던 여자는 파도 소리만한 음악이 또 없었다. 푸실에서 시작한 여정이 다님길을 전부 밟고 어느덧 모래톱길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능란은 여전히 는개마을 근처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땅거미 습지에서 만나고 싶은 포켓몬이 있던 탓이..

033) 10.23. 몽상가(夢想家)

ㅡ렌카 귀하 더보기 당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입을 열자마자 꺼낸다는 말이 이것이었다. 저와 상관없는 분야까지 시시콜콜 비교하고 재고 따지며 질투하는 세상에 다시 없는 옹졸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하고 싶은 일이야 있기 마련이 아닌가. 그런데 그 잘하고 싶은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바로 옆 사람이 나보다 잘할 때, 그것이 운이든 실력이든 노력이든 그저 잘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는 어떻게서도 격차를 메울 수 없을 때, 좌절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까. 그러니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축일 것이다. 이럴 때 옛 명언이 하나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인간은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불행해졌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써볼까? “인간이 자연 상태를 벗어나 사회적 관계를 형..

032) 10.20. 몰입(沒入) : 는개체육관 도전

ㅡ는개체육관 챌린저 클래스 더보기 몰입하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캠프의 선두를 달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몰입의 천재들이었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래. ‘필사적’이라고 말하는 찰나. 눈부셨다. 우러러보았다. 이 말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찔린다면 상당수에 속하지 않는 소수 인원일 테니 걱정하지 말자. 전부라고는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몰입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뜨거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어린 CEO의 눈도 같은 가치를 발견했던 것이겠지. 그가 후원하기로 한 인물들이 능란이 가리킨 상당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 말을 꺼낸 인물은 어떠한가. “하고 싶다는 건 반대..

031) 10.20. 꽃과 태산

ㅡ이치이 귀하 더보기 화랑지방에서도 긴 세월을 자랑하는 능가는 가문의 대표가 바뀔 때마다 그 성격은 조금씩 달라질지언정 절대로 변치 않는 부분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도화무늬가 새겨진 기와다. 마을에서도 동편, 넘어가면 해안절벽이 나오는 그 언저리에 지어진 으리으리한 기와집은 수리와 보수, 증축을 이어나가면서도 그때마다 쌓아올리는 기와에는 반드시 도화무늬가 들어가도록 하였다. 현재의 도화무늬 기와집은 특히 몇 대 전인가 심어둔 오얏꽃과 복숭아꽃이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마을 사람들의 자랑이 되었는데 때문에 능란은 꽃 피는 그 시기를 어린 시절부터 늘 손꼽아기다리곤 했다. 는개마을은 가온시티가 지금처럼 번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화랑지방으로 들어오는 배가 제일 먼저 닿는 곳이었다. 그야 물론, 무역선들도 이..

030) 10.19. 첫째의 자리

ㅡ모모 진화 더보기 용건을 마친 형제는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 질 녘이 가까운 시간, 능란은 형제를 배웅하기 위해 도시의 외곽으로 나왔다. 휘황찬란하던 건물의 조명을 벗어나자마자 응달진 거리는 적막이었다. 공중날기 택시를 부르는 형제를 지켜보던 능란은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갑자기 불러냈는데 먼 길 와줘서 고맙단 거야.” “에이,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딱딱한 인사치레를 하고 그래.” 우리 사이에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정말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녀석이다. 우리가 그런 표현을 하기에는 그간 조금 어색하지 않았던가. 아니면 그마저도 전부 능란 혼자 의식해서 어려워하던 것뿐으로 그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걸까?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형제가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딱! 하는 경쾌한 소..

029) 10.18 가담항설街談巷說

ㅡ가온시티 아르바이트 with. 라한 더보기 다양한 형태의 배틀을 즐기는 풍조로 유명한 화랑지방이었으나 그런 이곳에서도 배틀 팰리스라는 것의 존재는 낯설고 새로웠다. 하나지방의 배틀 서브웨이나 칼로스의 배틀하우스와 비슷하겠거니 하면서도 화랑 제일의 도시인 가온시티에 뚝딱뚝딱 지어지는 새하얀 성은 한편에서는 기대감과 설렘을 안겨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굉장한 이질감을 풍겨 지켜보는 뭇사람들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질감의 이유 중 하나로는 새로운 가온의 상징이 될지도 모를 건물을 지어 올린 자가 화랑 출신이 아닌 타 지방 사람이라는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다. 배틀 팰리스의 상품으로 화랑에서 인망 높은 전 사천왕이자 포켓몬 박사, 수리를 내놓은 것은 때문에 사람들의 거부감을 잠재우기 적절하고..

028) 10.17. 격류! 우정의 비치발리볼 대회

ㅡ는개마을 아르바이트 with. 린도 더보기 “40-15! 매치 포인트!” “우오옷, 저쪽 페어 엄청나다고.” “보통 실력이 아닌데? 사실은 어느 지방의 유명 비치발리볼 선수라든지.” “우효~! 이런 시골 마을에서 프로선수 등판? 놓칠 수야 없지.” “저 시선 교환을 봐. 분명 10년 동안 함께 해온 파트너일 게 틀림없어.”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다 틀릴 수가 있는 걸까. 어느 지방의 유명 선수도 아닐뿐더러 프로도 아니고 10년을 해온 파트너도 아니며 심지어 시합에서 린도의 기여도는 많지 않았다. “린린, 다음 서브가 오면 내가 받아친 다음에 왼쪽으로 한 걸음만 이동해달란 거야.” “알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두 사람을 무슨 끈끈한 영혼의 파트너 정도로 해석해서 쑥덕거리..

027) 10.16. 언어의 곡선

ㅡ나비란 귀하 더보기 화랑지방은 꼭 세 개의 날개가 풍차처럼 휘어진 지형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남쪽과 북쪽은 외곽으로 갈수록 산세가 험하고 서쪽으로는 사막이 펼쳐져, 바다와 맞닿아 다른 지방과 교류가 활발하면서 지대가 평탄한 다님길── 그 중에서도 가온시티가 가장 번화한 도시로 성장한 것은 필연과도 같았다. 그래도 과거에는 이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모래톱길의 아토시티도 풍부한 수원을 낀 채 독특한 축제문화를 가지고 큰 도시를 꾸려 화랑지방의 이대도시라고 하면 아토와 가온이 비등비등하였더라는 게 능란이 가진 어릴 적의 기억이다. 그랬던 가온시티가 돌출되기 시작한 건 아마 쿠로테츠의 힘이 강해지면서부터였을까. 다양한 타 지방의 기업들이 들어오고 는개마을로 갈 물건들까지 전부 가온..

026) 10.13. 인심난측人心難測 : 늘봄체육관 도전

ㅡ늘봄체육관 도전로그 더보기 처음 늘봄체육관의 문을 두드렸을 때는 15살이었다. 트레이너 스쿨을 갓 졸업하고 쌍둥이와 나란히 도전에 임했다. 그 순간의 심정은 떨림과 흥분, 기대감. 이제껏 스쿨에서 공부한 것을 뽐낼 수 있다는 설렘과 그간의 로드 트레이너와 겨루던 것과 다르게 ‘시험받는다’는 프레셔가 주는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임했다. 결과는? 깔끔한 패배였다. 하지만 뭐, 질 수도 있지. 고작 한 번의 패배 갖고 기가 죽진 않았다. 그야 쌍둥이는 이기고 저만 져버린 것이 분하긴 했지만 분한 감정이야말로 다음에 더 잘하고 싶은 원동력이 아닌가. “바로 내일 또 도전할래.” 능란은 기충전을 사용했다. “내일은 응원하러 갈게.” 능수가 응원하기를 사용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줄 알았다. 결과는 또 패배였다..

025) 10.13. 고향은 어디?

ㅡ꽃가람숲 더보기 “위위, 꽃가람 숲으로 가자.” 꽃가람 숲이란 단어에 나나의 시선이 쫑긋해졌다. 당연히 너도 가야지. 다 같이 갈 거야. 웃으며 능란은 조금 흐린 하늘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당장에 늘봄체육관을 앞두고 하루종일 훈련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싶었지만 나비란이 말한 것처럼 상대 스라크의 실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기 때문일까.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마다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공포가 앞서곤 했다. 이래서야 영, 혀를 차고 난 다음엔 기분전환이었다. 는개에서 태어난 음뱃은 아직 자신의 고향이 어딘지 몰랐다. 이렇게 따지자니 정작 알이 생겨난 장소가 꽃가람숲이 맞는지도 불확실한데 그렇다면 알이 부화한 는개가 고향이 맞나? 아니아니, 역시 고향은 꽃가람숲으로 해. 여기 좋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