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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점?

: 루 모겐스 가령 눈이 마주쳤을 때, 혹은 손끝이 닿았을 때, 동시에 입을 열 때, 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던 순간이 자리를 잘못 찾은 퍼즐처럼 호흡을 엇나가게 만든다. 어째서일까. 온화한 실내 공기 속에 요정이 몰래 간질간질해지는 가루라도 뿌린 듯 숨을 쉬는 것조차 어색해져 심장이 갑갑해져버리는 건.──아니, 심장이 갑갑한 건 어색해서가 아냐.‘으……, 물끄럼 쳐다보고 있어.’언제부터일까. 그의 시선 속에서 다정함이나 부드러움만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이름의 다른 색을 찾게 된 건.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러자 에슬리. 옷자락을 당기며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시선을 제자리로 되돌렸다. 돌아보면 여전히 그녀를 담은 눈동자에, 이상하기도 하지. 사람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with.루 2017.10.12

To Be With You

: 루 모겐스 『가지 마.』───잘못 들은 줄 알았다.어쩌면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기다리던 말이어서 환청이 아닐까 의심부터 들었다. 잡힌 손이 뜨겁지 않았더라면 믿지 못했겠지. 그의 손이 천천히 내려와 제 손을 잡았을 때도 여전히 현실감은 없었다. 다만 그에게 잡힌 손이 지독하게 차다는 감각만 느껴졌다.추웠다. 손발의 피가 모두 식어버린 듯 얼음덩어리를 매단 듯 무거웠다. 느릿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온전히 들리는 대신 종소리처럼 퍼져 목소리의 진동만이 피부에 닿았다.그만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사랑해.』누구를?───나를?하지만, 어째서,왜……?어떻게?머릿속에서 파도가 일었다. 아주 커다란 파도가 의식을 전부 덮어버릴 만큼 강하게 일었다. 응시해오는 그의 눈동자를 보고 한참을 멍..

심연의 서막 2017.10.07

전하고 싶은 이야기

: 루 모겐스 *모바일이나 창을 줄여서 보는 편이 읽기 편할 거예요:) #. 어느 밤이었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일상의 「잘 지내.」「응, 또 만나.」머나먼 기억이다. 겨울이 거듭되는 그곳에서 겪은 이별, 이별 후에 있을 재회의 약속.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가슴 벅차오르던 시간 속에서 이상하게 그 때만은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다.많고 많은 일들 가운데 딱 한 순간, 그 순간 특별하게 울리던 심장 박동. 멀어져가는 그의 마차를 보면서 느낀 두근거림과 쓸쓸함, 그리고 애틋함.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첫 자각이 아니었을까.“루, 별을 보러 가지 않을래?”조금씩 쌀쌀해지던 어느 날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보내던 많고 많은 날 중 하루였다. 어둑해진 하늘을 창밖으로 올려다보던 에슬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여상..

심연의 서막 2017.10.02

서쪽으로 향하면 나오는 것

막 사막에서 들어온 여행자들은 머리끝까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노란 모래알들이 후두둑 쌓여 여행자들이 걸을 때마다 등으로 어깨로 사르륵 떨어져 내렸다. 흙먼지와 모래알, 무기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이들은 평범한 마음이라면 환영받지 못할 객이었지만 다행히 이곳은 그들과 같은 용병이 드물지 않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다들 무심한 눈으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황폐화가 진행 중인 사막에서 몇 마을을 거치면 나오는 이곳은 의뢰를 받고 사막을 전전하는 용병들이 물자를 보충하러 종종 방문하는 곳이었다. 사막 근처의 마을도 생필품은 취급했지만 사막과 가까워 보급이 어렵단 이유로 값이 비싸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용병들이라면 조금 멀어도 이곳이나 이 너머까지 와 물자를 사가곤 했다.지금 막 사막..

심연의 서막 2017.10.02

To. Opera Arthur Diogenes

: 오페라 A. 디오게네스 「To. Opera Arthur Diogenes 혹시 말이죠. 만약에, 내가, 왕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거든, 이걸 대신 곁에 두어줄래요? ……보고 싶어서요. 당신이 약속한 따뜻한 어둠을, 어둠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다정한 빛을. 나약한 요구라고 생각하면 버려도 괜찮아요.」 ───목걸이를 풀어 로켓을 연다. 안쪽에는 깨진 금작화의 압화 펜던트가 한쪽, 뷰글라스의 압화 펜던트가 한쪽을 채우고 있었다. 그 중 금작화 조각은 빼내어 주머니에 넣고 한쪽을 비운 로켓을 닫아 편지와 함께 봉투에 넣었다. 유서, 라기엔 애매한, 하지만 메시지가 담긴 무언가였다. 「그대는 어둠을 두려워하나요?」 눈을 마주쳐오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둔 밤 위에 하얗게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백발..

To. Grover T. Adlai

: 그로버 T. 아들라이 [캐모마일, 레몬그라스, 로즈마리가 블렌딩 된 찻잎이 담긴 병] 「진정 효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며 수면을 도와줘요. 또 새콤함이 기분을 개게 해줄 거예요.」 찻잎을 유리병에 채워 넣고 그 옆에 메모를 같이 적는다. 직접 타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져서 한 행동이었다. 그야 그럴 만도 하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갑자기 반으로 갈라져,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옆에 있던 사람이 쓰러져 더는 볼 수 없게 된다거나. ……아주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도 깨지 않는 악몽에 갇힌 듯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웃는 척하며 웃지 않았다. 혹은 웃으면서 가시를 세웠다. 견디기 괴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는 그럼..

Träumerei of Dawn : 클로이 A. 베일리

" 파이를 잘라주세요. " (*산찌@comi_SZ님께서 지원해주셨습니다.) 외관 크림 빛에 가까운 밝은 금발. 어머니에게 받은 녹색의 얇은 리본으로 반묶음을 하여 반곱슬의 머리카락이 가슴까지 내려온다. 코발트색의 눈동자는 언제나 수심에 차 있는 듯 울적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타인과 시선을 맞추길 꺼려 대개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작고 왜소한 몸까지 더해 그녀보다 시점이 위에 있는 상대라면 길게 드리운 속눈썹의 그늘만 보기 십상이다. 작고 말라 인형 같은 체구. 실제로 체력도 힘도 형편없어 모든 일을 지팡이를 휘둘러 해결하려고 한다. 지팡이보다 무거운 걸 들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추위에 약해 늘 목도리를 꽁꽁 싸매고 있으며 종아리까지 오는 검은 스타킹과 갈색의 구두 등 정석적인 교복 차림..

그 밤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겨우 입구에 도착한다. 카드키를 갖다 대자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조심스럽게 왼손을 뻗어 안으로 들어가자 온전히 제 냄새로만 가득한 자신의 영역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타인의 흔적 따위 없는 제 공간에 드디어 어깨의 긴장을 내린다. 깊은 한숨과 함께 구두를 대충 벗어던지고 불을 켰다. 한쪽 손으로 서툴게 정장의 단추들을 푸르고, 이어 넥타이를 잡아 당겨 벗고, 조끼, 다음으로 와이셔츠까지. 조금 구겨진 것 외엔 멀쩡한 셔츠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하나 벗어 내리다 확 신경질이 솟았다. 그러나 제 힘으로는 단추를 튿어내는 것보다 얌전히 푸는 쪽이 현명하리라. 겨우 피부에 닿는 옷감들을 전부 떨어트리고 나서야 남자는 제 팔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쪽 팔이 어깻죽..

신세계 : 소노아

"불렀습니까? 용건은 짧게." 체이로( @ceiro_ )님 커미션입니다. [외관] 모발이 가느다란 검은 단발. 왼쪽 귀에 눈색과 같은 취마노 빛깔의 피어싱을 하고 있다. 선이 가늘고 마른 체격으로 특히 얇은 손목이 두드러진다. 옷은 기본적으로 깔끔한 쓰리피스 정장. 난조를 뜻하는 노란 손수건을 늘 소지하고 있다. 손수건의 끝부분에는 복수초가 수놓아져 있다. 다가가면 은은한 베르사체의 삼나무 향이 풍긴다. 조곤조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큰 소리를 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무표정한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영업을 위해 짓는 가면 같은 미소 외에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름] 소노아 [성별] 남 [신장 / 체중] 175 / 평균 -5 [나이] 29세 [소속] 난조파 [직급]..

장마, 꿈, 동화의 끝

: 아라슈 #.1하늘 조각을 떼어온 듯 새파랗던 날개가 오늘도 까맣게 젖어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까맣게 젖어 있었다.장마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2“에슬리. 좋은 아침이야!”“좋은 아침, 랏슈. 잘 잤어?”제 물음에 그는 느리게, 호흡하듯 눈을 몇 번 깜빡이다 곧 초승달처럼 휘며 물론이지. 하고 답하였다. 물음과 답 사이의 간극은 서로 건드리지 않았다. 날개와 다르게 여전히 초순(草筍)과 같은 눈동자는 맑은 빛을 보였다. 손을 뻗어 그 눈 꼬리를 만지자 잔웃음소리가 들린다. 그의 기분을 따르듯 전보다 더 자란 첫 번째 날개가 미풍을 만들어, 손등을 간질이는 바람에 눈가를 문질러주던 손을 조금 더 뒤쪽으로 뻗으려하자 일순 그가 굳었다. 그러나 머뭇거림은 찰나였다. 어깨가 느슨해지며 보여준 암묵적인 ..

심연의 서막 20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