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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3일

05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3일 일어나자마자 들려온 단어에 꿈인가. 악몽인가. 당황해서 멀어졌다가 조금 뒤에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꿈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니까 악몽도 아니다. 무시무시한 현실이다. 디모넵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몰랑의 텐트를 찾았다. 텐트 안을 흘끔 들여다보자 리몽이 꼬박꼬박 모아온 꿀이 벌써 반 이상 사라진 게 보였다. 저만큼 많은 꿀이 사라졌다는 건 그만큼 많은 포켓몬들이 여기 꼬인다는 거고,어머니의 화강돌은 꿀을 좋아했었나? 기억나지 않았다.“몰랑 씨. 저도 꿀을 얻으려고 왔는데요.”메테노가 아주아주 만나고 싶었다. 루나톤과 솔룩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네이티와 친구가 되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오뚝군을 만나면 알아보고 싶은 게 많았다.그 모든 관심과 흥미를 ..

058. 오늘의 일기 2월 2일

그 첫 번째, 테리와 디모넵 디모넵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테리는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테리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테리, 나 물. 더듬거리는 목소리에 꿀을 녹인 물컵이 잡혔다. 꼴깍거리고 물을 전부 넘기고 나자 디모넵의 옆에 찰푸닥 앉아 있던 작은 포켓몬이 한숨을 쉬었다. 디모넵을 책망하는 게 여실했다.‘어린아이가 술이라니, 안 돼요. 디모넵.’꼭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테리가 옆에 얌전히 있어주는 건 무척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그래서 디모넵은 혼나는 것도 마냥 좋다고 테리의 몸을 끌어안았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그 아래 흐르는 미지근한 온도가 익숙한 그대로였다.“테리. 기분은 좀 풀렸어?”테리는 얌전했다. 진화하고 나서 들던 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햇빛을 받아..

057.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31일

그 첫 번째, 눈꽃호수 청소“선생님~~~ 여기 쓰레기 없는데요?”“아니, 그게 참. 분명 쓰레기가 있었는데 없어져버렸네.”아주 곤란한 일이 아니겠어요. 분명 며칠 전만 해도 눈꽃호수 주위에 빼곡하게 쓰레기가 가득했는데, 어느새 말 그대로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깔끔해진 거예요.심지어 호수 속까지도 아주 투명하게 맑아서 테토가 수영을 하고 싶다고 날뛰는 바람에 저는 허락해주고 말았어요.“테토, 혹시 남은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와~”“먀!”테토는 꼬리만 둥둥 물 위에 띄운 채 잠수하거나 꼬리도 껴안고 잠수하거나 밑바닥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테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말 그대로 눈꽃이 피어날 듯한 호수가 맘에 들었는지 조용히 감상하더라고요. 그런 테이에게 테토는 물을 끼얹기도 했어요.잠깐, 테토?갑자기 ..

056. 오늘의 친구 1월 31일

: 시타라 시타라 씨에 관해 말해보자 코너~!안녕하세요. 오늘은 트레이너 캠프의 동료인 시타라 씨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말해보는 코너예요. 일단 시타라 씨는 키가 큰 편이에요. 물론 제 입장에서는 대부분을 올려다봐야 하지만요. ‘대부분’이 될 수 있는 건 엘리자베스 씨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엘리링 씨. 0.3cm를 지켜주세요! ーー제가 이런 말 한 건 비밀이에요?아무튼 시타라 씨도 제법 장신에 속하는데요. 옷차림새도 꽤 길쭉길쭉하고 몸의 선이 굉장히 얇고 가느다래서 원래 키보다도 더 커 보이는 것 같아요. 덕분에 어딘지 흐릿하고 나른한 인상까지 더해서 굉장히 한들한들 금방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인상일까요.그렇지만 시타라 씨의 눈동자는 굉장히 예뻐서ー귀걸이랑도 잘 어울려요ー시타라 씨 특유의 나른한 분..

055. 오늘의 일기 1월 31일

그 첫 번째, 테마리의 경우 테마리는 아직도 글러브를 툭툭 두드리며 성을 내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테마리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요. 그야 그럴 만도 해요.「테마리, 실수투성이 트레이너라 미안해. 그래도 믿고 있어. 불꽃펀치!」그렇게 말해놓고 속으로 ‘나인테일은 에스퍼 타입의 공격을 하겠지. 사이코쇼크는 무척 강력하던데. 테마리가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게 아닐까? 또 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버렸거든요.그래서 사이코쇼크의 아찔함을 견뎌내고 온몸이 너덜너덜해져서는 그 고통까지도 분노로 승화해, 나인테일에게 불꽃펀치를 때려 박는 테마리를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어요. 어? 하고 바보 같은 소리만 내면서 혼자 글러브 낀 주먹을 높이 쳐들고 승리를 만끽하는 테마리에게 한 박자 늦게 반응해준 거예요.테마리..

054. 오늘의 일기 1월 30일

그 첫 번째, 테마리의 경우 디모넵은 그만 각오를 하고 테마리를 마주 보아야 했다. 테마리는 배틀을 좋아한다. 수시로 쌓이는 화는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오기가 강했고 고집을 부리는 성격이었다. 남 앞에서 약해지기도 무너지기도 싫었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영혼이었을 것이다. 돌산, 숲, 들판을 뛰어다니며 있는 자신의 쌓인 감정들을 자유롭게 해소하며.그리고 이런 테마리를 제 곁으로 데려온 건 디모넵이었다.디모넵은 테마리의 벗겨지고 피 맺힌 두 손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몇 번이고 약을 발라주어도 금세 다쳐오고 포켓몬센터에서 치료를 해도 만연한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혼자서 바위를 때리고 나무를 꺾는 모습을 그의 뒤를 쫓아 몇 번이나 목격했을까. 그럴 때마다 자신감을 잃었다. 회의감을 느꼈다. 내..

053.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30일

053.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30일 그 첫 번째, 세이지 씨의 이야기 듣기 이 늦은 시간에 저는 어째서 체육관에 방문해서 세이지 씨의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있는 걸까요. 저는 그저 이미 컴컴한 시간인데도 체육관 불이 켜져 있길래 혹시 아직도 뒷정리가 덜 끝난 걸까. 그렇다면 뭔가 도와주는 편이 좋을까 하는 아주 선량한 마음으로 방문했을 뿐인데요.시간은 어느덧 1시간 30분을 지나고 있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호연지방의 원시의 힘과 지각변동이 라이지방의 지각변동과 어떻게 다르고 비슷한지를 비교하는 표를 그리고 O, X를 그리며 놀았어요. 세이지 씨는 자신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지 어떻게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사람은 어떻게 해야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포켓몬에게 있어 미..

052. 오늘의 기술 1월 30일

052. 오늘의 기술 1월 30일 그 첫 번째, 테비의 공중날기 “저는 보통 기술머신을 이렇게 쓰거든요.”린은 헤이거 씨랑 한 방을 쓴대요. ……세상에나! 저는 정말 놀라서 린 방에 놀러가려다가 반대로 린을 방에 초대했어요. 제 방도 어쩌면 올리브 씨와 함께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렇게 버려질 줄이야, 훌쩍. 1인실은 제법 널찍하고 제 포켓몬들은 다른 분들의 포켓몬에 비해 커다랗지 않은 애들이 많아서 모두 볼에서 나와 있어도 괜찮았어요. 테토는 자기 새 액세서리가 맘에 들었는지 거울 앞에서 떠나지 않았고 테리는 기껏 볼에서 나와 놓고 구석에서 버섯과 친구를 하고 있었어요. 테마리는 트레이닝백을 두드리느라 지금 자리를 비웠어요. 바깥에서 트레이닝백 두드리기가 끝나면 돌아올 거라고 하네요. 테루테루는 자..

051.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29일

051.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29일 그 첫 번째, 알로라 식스테일과 싸우자 테마리는 오늘도 의욕이 가득 넘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어요. 저는 그런 테마리를 보고 가방 안의 화풀이를 곁눈질 했어요. 이거…… 테마리도 충분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테마리보다 더 어울리는 상대가 없을 것 같은데.헉. 제 시선을 어떻게 눈치 챘는지. 테마리는 아르릉, 크릉, 캭. 쳐다보는 게 아니겠어요? 이글이글한 눈빛은 테마리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해주었어요.‘너, 다음엔 꼭 나로 이겨라. 나를 써라.’“아, 알았어. 잘 알고 있어.”성장하는 테마리를 지켜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고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테마리를 데려오기로 한 게 잘 한 일일까 하고 말이죠. 격..

050.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29일

050.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29일 이번에는 제법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매번 새로운 체육관에 도전할 때마다 공부양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이런 게 아는 만큼 보이게 된다는 걸까요? 빼곡하게 혜성시티 관장님의 엔트리와 기술, 상성 같은 걸 준비하고 제 순서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저는 조금 정신없고 더럽혀진 노트를 들고 아무 씨 방에 찾아갔어요.아무 씨는 라이지방의 생태계 변화로 인해서 많이 바빠 보였는데…… 그래도 여긴 바깥이 아니라 마을 안이니까 조금은 쉬고 있겠죠?“아무 씨, 혹시 바빠요?”맨날 이런 일로만 아무 씨를 찾으러 가서 조금 아쉽기도 해요. 라이지방 출신인 아무 씨에게 이곳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고 같이 놀러가자고 제안해보고 싶기도 한데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체육관을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