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슈 #.1하늘 조각을 떼어온 듯 새파랗던 날개가 오늘도 까맣게 젖어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까맣게 젖어 있었다.장마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2“에슬리. 좋은 아침이야!”“좋은 아침, 랏슈. 잘 잤어?”제 물음에 그는 느리게, 호흡하듯 눈을 몇 번 깜빡이다 곧 초승달처럼 휘며 물론이지. 하고 답하였다. 물음과 답 사이의 간극은 서로 건드리지 않았다. 날개와 다르게 여전히 초순(草筍)과 같은 눈동자는 맑은 빛을 보였다. 손을 뻗어 그 눈 꼬리를 만지자 잔웃음소리가 들린다. 그의 기분을 따르듯 전보다 더 자란 첫 번째 날개가 미풍을 만들어, 손등을 간질이는 바람에 눈가를 문질러주던 손을 조금 더 뒤쪽으로 뻗으려하자 일순 그가 굳었다. 그러나 머뭇거림은 찰나였다. 어깨가 느슨해지며 보여준 암묵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