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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Happy birthday

: 세탄 세이라 “발성기관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입을 뻐끔거렸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숨만이 목을 오갔다. 완전한 침묵이다. 그리고 고요다. 나오지 않는 소리만큼 세이라는 마음 또한 편해졌다.딱 스물여덟 살의 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스카우트 제의 중 심사숙고하여 해양연구소를 골랐다. 도쿄에서 동북 방향으로 올라가 태평양 연안과 맞닿는 어느 외진 땅이었다. 사시사철 따스한 남쪽 섬에서 살던 그녀에게는 살이 에일 것 같은 추운 땅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곳이 좋았다. 수많은 스카우트 제의 중 가장 바다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이 있던 곳이다.바닷속은 여전히 우주와 마찬가지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특히나 심해로 갈수록 인간으로는 닿을 수 없는 영역이 되었지만, 세이라의 앨리스를 이용하면 그 미..

027. 계약 연애

: 마일즈 번 “손 줘 봐.”“저는 개가 아닙니다, 마스. 안드로이드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ST사의 군용 프로토 타입 안드로이드입니다.”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잖아. 누가 그걸 모르냐. 아니면 그것도 안드로이드식 농담이냐? 소리 대신 눈으로 쏟아지는 말을 읽어내며 카르테는 얌전히 손을 내밀었다. 뻔히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굳이 한 번 더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는 것은 카르테 또한 그와의 대화를 즐긴다고 해석해도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스스로 말하지 않는 한 마일즈 번이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의외로 둔한 면이 있으니 말이다. 혹은 자신이 없는지도 몰랐다. 유독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그였다.아카데미의 정문이었다. 휴일 오전이라 행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없지도 않았다..

36 My Dearest, A.

: 시나요리 아리사 * * * 「함께 관람차를 타주시겠어요?」그는 또 다시 그녀의 어리광을 들어주었다. * 삐걱, 또 한 번 삐걱.바람에 흔들리며 율동하는 작고 둥근 공간.아마도 부드럽게 올라가고 있을 관람차였지만 눈을 감은 탓일까. 선명해진 다른 감각들을 통해 톱니바퀴가 한 칸, 다시 다음 한 칸을 향해 꺾어지듯 미약한 흔들림이 느껴졌다.지금쯤 얼마나 올라왔을까.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하늘은 얼마나 예쁘고 또 가깝게 느껴질까. 살짝 호기심이 들어 눈가를 덮은 커다란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장난치듯 긴 손가락 끝을 부드럽게 문지르자 웃음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손, 뗄까?물음에 대한 고민은 짧았고 답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지금을 바꾸지 않는다.세이라는 조심성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