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031. 오늘의 일기 1월 19일

031. 오늘의 일기 1월 19일 간신히 침낭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생각이 많은 밤이었다. 같은 텐트를 쓰는 유진은 케이의 텐트에서 오늘 밤을 불태우려는 것 같았다. 간혹 그쪽 텐트에서부터 들썩이는 소리가 들렸다. 즐거워 보이네. 14살 나이의 시치미를 뚝 떼고 끼어들어가 볼까 고민하던 디모넵은 작게 웃으며 잠가두었던 입구의 지퍼만 살짝 내렸다. 끼어들었다간 면박만 받고 쫓겨날 것이다. 노체라면 어떻게 잘 구슬려 한 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주위로 벽이 너무 두터웠다.아-아, 재밌겠다. 부럽다는 듯 혼잣말을 투덜거리며 포켓리스트만 만지작거렸다. 얼마 전부터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이걸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어제자 방송에는 ‘바늘미사일’이 어깨나 등의 결리는..

030.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17일

030.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17일 다시 노숙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노숙이라고 적으니 조금 미묘한 것 같기도 하네요. 정확히는 캠프겠죠. 야외에서 활동하며 어어…… 자연과 포켓몬을 느끼는? 포켓몬은 본래 야생에서 사는 생물이고 그러니까 포켓몬을 더 잘 알고 이해하고 교감하기 위해서는 저희도 인간의 무리인 마을을 벗어나 자연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는 거겠죠.옛날에 엄마가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공생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 말을 전부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직접 이렇게 캠핑 생활을 하면서 주변을 탐색하다가 낯선 포켓몬을 만나기도 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해요. 뭐어, 우리도 살아가기 위한 건데~ 하고 반론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요.아, 이야기가..

029. 오늘의 일기 1월 15일

029. 오늘의 일기 1월 15일 슬슬 북새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새 목도리를 사려고 했는데 감기와 아르바이트로 바빠서 잊어버렸지 뭐예요. 그것도 있고…… 시타라 씨에게 혜성시티의 엄청 멋진 옷가게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왕이면 저도 제일 인기 많다는 그곳에서 사보고 싶더라고요. 이걸로 나도, 라이지방의 최신유행을? 라거나~어제의 체육관전이요? 에이, 그거야 뭐 벌써 훌훌 털어버리고 잊었죠. 한 번의 패배로 굽힐소냐. 저는 씩씩하다고습큭흑, 테리. 손수건 좀 줘…….짐을 싸다 말고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다시 발을 동동 굴렸어요. 우씨, 우웃, 으앙. 분해! 속상해! 전혀 어른스럽지 못해요. 쿨하지 못해요. 그치만요. 정말 부끄러운 거예요. 그 때 저는 진짜 의미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까요. ..

028.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15일

028.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15일 기체후일향아무하신가요, 아무 씨. 린이 편지 쓰는 걸 보고 저도 이거다! 하고 편지지를 들었어요. 이 편지지는 무려 쉐이미 한정에디션으로 저도 5장밖에 갖고 있지 않은 걸 특별히 아무 씨에게 쓰고 있답니다. 덧붙여 편지의 내용이라고 한다면 모름지기 행운을 담아야 한다고 해서 신경 써보았어요.이 편지는 관동지방에서 최초에서 시작되었으며 일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하루 안에 편지를 준 상대에게 행운에 상응하는 보답을 주어야만 합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도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관동지방의 J씨는 1996년에 이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박사님에게 몬스터볼을 받아 여행을 떠난 뒤 관동지방의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

027. 오늘의 일기 1월 14일

027. 오늘의 일기 1월 14일 트레이닝백을 통해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나무열매를 쥐어주고 영양분 듬뿍인 요리를 해주고 깨끗하게 씻겨주고 사랑한다 안아주고 꼬옥 끌어안고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을 해도 마음 한구석의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어요.모두가 하니까 따라 도전하는 체육관, 배틀은 특별히 싫지도 좋지도 않지만 어느 쪽이냐 하면 즐거운 것도 같아. 나는 트레이너니까. 하지만, 그렇지만……나는 너희가 다치는 걸 이제껏 보고도 못 본 척 하던 게 아닐까.포켓몬 센터에만 가면 뚝딱 낫는다고 말이에요. 그런다고 너희가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닌데. 그 때 문득 회의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배틀은 즐거워요. 내 포켓몬 모두와 의논하고 전략을 짜고 경기장에 서서 상대방을 마주 보죠. 우리의 눈과 눈이 마주치면 ..

026.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14일

그 첫 번째, 북새마을 여관 안녕, 아빠. 건강하신가요? 저는 라이지방에서 새 직업을 찾았어요. 그건 바로…… 여관 종업원! 사실 이게 제 천직인 게 아닐까요? 우리 플라워샵에서도 느꼈지만 저는 판매직이 맞나 봐요, 아빠. 아이 참, 테리. 옆에서 그렇게 흰눈으로 보지 말고 동의 좀 해줘. 뭐? 시합을 앞두고 현실 도피 하지 말라고? 으으으.하지만 진지하게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캠프에 와서 다른 분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건데요. 다들 장래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이미 정해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 온 사람도 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우리 가게에서 일하던 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예요. 트레이너 캠프에 온 것..

025. 오늘의 기술 1월 14일

이제까지 포켓몬 배틀을 해봤느냐고 하면 당당하게 3년 경력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정확히 3년간 승부한 상대라고는 곤충채집 소년 1, 곤충채집 소년 2, 곤충채집 소년 3, 이하 등등등. 대개 마을 밖으로 나가면 ‘눈과 눈이 마주치면 배틀!’이라고 요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애어른 할 것 없이 있는 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업에 바쁜 사람을 붙잡을 정도로 눈치 없이 구는 건 저 꼬마들 정도였어요.그럼 매번 저 애들을 다 테리로 상대했냐구요? 에이. 쟤네들 대부분 테리랑 상성이 나쁜 포켓몬들을 데리고 다니는걸요. 꼬맹이들 전용으로 아빠에게 빌려온 몬스터볼이 늘 있었죠. 배틀은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시비 걸어오는 꼬맹이들에게 100원, 200원씩 받아내는 건 꽤 쏠쏠했어요.그렇다고 한 번도 져보지 않은 ..

024.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13일

024.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13일 다시 그 첫 번째, 포켓몬 센터 도우미 “어서 오세요, 포켓몬 센터입니다~”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포켓몬 센터라는 건 즉, 그러니까…… 너무 이것저것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그냥 포켓몬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는 정도만요. 스위티 씨가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이돌 같고 반짝반짝하고 솜사탕 같다는 정도가 아는 걸까요. 음, 이 정도면 훌륭히 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아, 몬스터볼은 200원입니다. 5개 하시니까… 1000원이네요. 네에, 현금 받았습니다.”한쪽에서는 다친 포켓몬들의 치료가 이루어지거나 부족한 물건을 채워 넣거나 바쁜 것 같았어요. 귀염둥이 직원 씨가 아주 능숙하게 돌봐주더라고요. 저한테도 해보실래요? 하고 물어봤는데 으음~…….역시 상처를 ..

023.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12일

023. 오늘의 어드바이스 1월 12일 당연하다는 듯 새싹이 돋을 수도 있죠. 어릴 땐 화분에서 살았던 적도 있는걸요. 네? 농담이냐고요? 정말인데. 여기 어릴 때 사진도 있고요. 뭘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람. 사람이 좀 싹부터 날 수도 있죠. 아빠가 그랬는데요. 사람의 아이는 새 포켓몬이 물어다주는 거랑 다리 밑에서 주워오는 거랑 알에서 태어나는 거랑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해요. 그 중에 저는 좀 특이 케이스라던가.에엣? 전 정말 진지한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떠들다가 고개를 들었어요. 아무 씨는 아직도 제 머리 위의 싹이 신기한가봐요.“아무튼 아무 씨. 제 싹을 키우고 싶다면 앞으로도 애정과 관심을 잘 부탁…… 참, 이게 아니라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데요.”어제는 2패나 하고 말았어요. 아무..

022. 오늘의 일기 1월 11일

“오늘 내가 너희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반성회를 위해서다!”제 선언에 저의 다섯 마리 포켓몬들은 하나같이 심드렁한 얼굴을 했어요. 아앗, 저기. 얘들아. 너무하지 않아? 테루테루는 요즘 연이은 배틀로 지쳤는지 추욱 늘어져 엎드린 채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었고 테비는 흙바닥을 콕콕 쪼며 먹이를 찾지 뭐예요. 테마리는 또 혼자 성이 나 있고 테토는 벌써 정신이 다른 데로 팔렸는지 혼자 통통 튀며 멀리 가려는 걸 겨우겨우 붙잡았어요. 테리로 말하자면,“테리. 아직도 아파?”화상 연고를 발라준 곳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어요.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테리. 보통 상식적으로 포켓몬 센터를 다녀오면 깨끗이 낫잖아. 그런데도 보란 듯이 얼음찜질을 하는 건 나를 향한 항의의 표시야? 시위야?제 물음에 테리는 ‘아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