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063. 오늘의 아르바이트 2월 6일

그 첫 번째, 베테랑 트레이너의 특훈에밀 씨가 사라지고 난 방에 겟코랑 둘이 남아서 쎄쎄쎄를 했어요. 겟코는 낯을 가리는지 아니면 자기 트레이너인 아무 씨가 없어서인지 쭈뼛쭈뼛 안절부절 빙글빙글 서먹서먹, 그 기분을 알 것도 같아서 저는 혜성시티를 나올 때 시타라 씨에게 받은 포록을 나눠주며 겟코와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했어요.겟코는 아무 씨의 파트너 포켓몬이고 경험도 많고 실력도 뛰어나고, 안 그래도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제 포켓몬들도요. 낯선 포켓몬들에게 둘러싸이자 다시 쭈뼛거리며 혀에 혓바늘이 돋아날 것처럼 어색해하던 겟코였는데요. ……널 에밀 씨와 내 사이에 두고 가버린 아무 씨를 원망할까?그래도 걱정한 것보다 겟코는 온순한 편이었어요. 간혹 다른 트레이너의 말을 안 듣는 난폭한 포..

062. 오늘의 일기 2월 5일

디모넵은 태어나서 기차가 처음이었다. 라이지방에 와서 처음인 게 아주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차는 여행의 로망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무척이나 설레며 기대했다. 되짚어보면 신화나 전설만큼이나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 아버지가 알았다면 네 아빠엄마가 모두 돌아다니길 좋아하지. 하고 웃으며 답해주었을 것이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도저히, 도무지 기차나 여행, 심지어 하늘의 뿔을 앞에 두었는데도 설레며 즐길 수 없었다. 울적함이 앞섰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크게 꼽아보자면 3가지 정도로 줄일 수 있었는데 그 세 가지 모두에 ‘화강돌’이란 단어가 들어갔다. 하나는 화강돌이 캠프에 왔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화강돌 문제로 포르티스와 와이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마지막 하나는──,“응, 아빠..

061. 오늘의 친구 2월 5일

: 포르티스 캠프 안의 소식은 빨리 퍼진다. 다들 포켓리스트를 이용하는 게 능숙해 어디서 희귀한 포켓몬을 발견했다거나 어디에 가면 신비한 도구를 줍는다거나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동했다.「여기서 화강돌을 볼 수 있대.」「화강돌이라면 디모넵이……」디모넵이 무서워하던 포켓몬 아니었어?캠프 안의 소식은 정말로 빨리 퍼진다. 포르티스가 화강돌을 만났다는 소식도 금세 포켓리스트로 전해 들었다.[포르티스 씨가 화강돌을 데려오면 나 포르티스 씨 얼굴 못 볼 것 같아요.]거진 협박이나 다름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 ‘그게’ 싫어요. 무서워요. 그러니까 선택해요. 그냥 협박이었다.만약 그럼에도 데려온다면 어쩔 수 없지. 못 보는 거다. 아주 단순한 논리였다. 포르티스 씨 얼굴만 보면 떠오를 것 같은걸..

060. 오늘의 친구 2월 4일

: 시타라 화강돌이 캠프에 왔다.디모넵은 캠프에서 도망치고 싶었다.정말이지 도망치고 싶었다.품에 안은 공포를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다.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하는 쪽이 맞다. 마주할 만큼 강하지 못했다. 외면하고 피하고 잊은 척하고 도망치기 급급했다. 피할 수 있다면 영원히 피하고 싶었다.그랬는데 왜 고스트 타입에 도전하려고 했냐고?이대로 무시하기에는 포켓몬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캠프의 다른 고스트 타입 아이들에게까지 경기를 일으키고 피하는 자신이 아무리 봐도 못마땅했다. 스스로가 한심하고 속상해서 견딜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이런 모습이 캠프 사람들에게 나쁜 아이처럼 비쳐질까 두렵기도 했다.거창하게 무슨무슨 증후군이란 이름을 붙일 수준은 아니다. 누구나 그 정도는 갖고 있지 않은가. 산타 할아버지..

05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3일

05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3일 일어나자마자 들려온 단어에 꿈인가. 악몽인가. 당황해서 멀어졌다가 조금 뒤에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꿈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니까 악몽도 아니다. 무시무시한 현실이다. 디모넵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몰랑의 텐트를 찾았다. 텐트 안을 흘끔 들여다보자 리몽이 꼬박꼬박 모아온 꿀이 벌써 반 이상 사라진 게 보였다. 저만큼 많은 꿀이 사라졌다는 건 그만큼 많은 포켓몬들이 여기 꼬인다는 거고,어머니의 화강돌은 꿀을 좋아했었나? 기억나지 않았다.“몰랑 씨. 저도 꿀을 얻으려고 왔는데요.”메테노가 아주아주 만나고 싶었다. 루나톤과 솔룩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네이티와 친구가 되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오뚝군을 만나면 알아보고 싶은 게 많았다.그 모든 관심과 흥미를 ..

058. 오늘의 일기 2월 2일

그 첫 번째, 테리와 디모넵 디모넵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테리는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테리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테리, 나 물. 더듬거리는 목소리에 꿀을 녹인 물컵이 잡혔다. 꼴깍거리고 물을 전부 넘기고 나자 디모넵의 옆에 찰푸닥 앉아 있던 작은 포켓몬이 한숨을 쉬었다. 디모넵을 책망하는 게 여실했다.‘어린아이가 술이라니, 안 돼요. 디모넵.’꼭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테리가 옆에 얌전히 있어주는 건 무척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그래서 디모넵은 혼나는 것도 마냥 좋다고 테리의 몸을 끌어안았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그 아래 흐르는 미지근한 온도가 익숙한 그대로였다.“테리. 기분은 좀 풀렸어?”테리는 얌전했다. 진화하고 나서 들던 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햇빛을 받아..

057. 오늘의 아르바이트 1월 31일

그 첫 번째, 눈꽃호수 청소“선생님~~~ 여기 쓰레기 없는데요?”“아니, 그게 참. 분명 쓰레기가 있었는데 없어져버렸네.”아주 곤란한 일이 아니겠어요. 분명 며칠 전만 해도 눈꽃호수 주위에 빼곡하게 쓰레기가 가득했는데, 어느새 말 그대로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깔끔해진 거예요.심지어 호수 속까지도 아주 투명하게 맑아서 테토가 수영을 하고 싶다고 날뛰는 바람에 저는 허락해주고 말았어요.“테토, 혹시 남은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와~”“먀!”테토는 꼬리만 둥둥 물 위에 띄운 채 잠수하거나 꼬리도 껴안고 잠수하거나 밑바닥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테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말 그대로 눈꽃이 피어날 듯한 호수가 맘에 들었는지 조용히 감상하더라고요. 그런 테이에게 테토는 물을 끼얹기도 했어요.잠깐, 테토?갑자기 ..

056. 오늘의 친구 1월 31일

: 시타라 시타라 씨에 관해 말해보자 코너~!안녕하세요. 오늘은 트레이너 캠프의 동료인 시타라 씨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말해보는 코너예요. 일단 시타라 씨는 키가 큰 편이에요. 물론 제 입장에서는 대부분을 올려다봐야 하지만요. ‘대부분’이 될 수 있는 건 엘리자베스 씨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엘리링 씨. 0.3cm를 지켜주세요! ーー제가 이런 말 한 건 비밀이에요?아무튼 시타라 씨도 제법 장신에 속하는데요. 옷차림새도 꽤 길쭉길쭉하고 몸의 선이 굉장히 얇고 가느다래서 원래 키보다도 더 커 보이는 것 같아요. 덕분에 어딘지 흐릿하고 나른한 인상까지 더해서 굉장히 한들한들 금방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인상일까요.그렇지만 시타라 씨의 눈동자는 굉장히 예뻐서ー귀걸이랑도 잘 어울려요ー시타라 씨 특유의 나른한 분..

055. 오늘의 일기 1월 31일

그 첫 번째, 테마리의 경우 테마리는 아직도 글러브를 툭툭 두드리며 성을 내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테마리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요. 그야 그럴 만도 해요.「테마리, 실수투성이 트레이너라 미안해. 그래도 믿고 있어. 불꽃펀치!」그렇게 말해놓고 속으로 ‘나인테일은 에스퍼 타입의 공격을 하겠지. 사이코쇼크는 무척 강력하던데. 테마리가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게 아닐까? 또 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버렸거든요.그래서 사이코쇼크의 아찔함을 견뎌내고 온몸이 너덜너덜해져서는 그 고통까지도 분노로 승화해, 나인테일에게 불꽃펀치를 때려 박는 테마리를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어요. 어? 하고 바보 같은 소리만 내면서 혼자 글러브 낀 주먹을 높이 쳐들고 승리를 만끽하는 테마리에게 한 박자 늦게 반응해준 거예요.테마리..

054. 오늘의 일기 1월 30일

그 첫 번째, 테마리의 경우 디모넵은 그만 각오를 하고 테마리를 마주 보아야 했다. 테마리는 배틀을 좋아한다. 수시로 쌓이는 화는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오기가 강했고 고집을 부리는 성격이었다. 남 앞에서 약해지기도 무너지기도 싫었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영혼이었을 것이다. 돌산, 숲, 들판을 뛰어다니며 있는 자신의 쌓인 감정들을 자유롭게 해소하며.그리고 이런 테마리를 제 곁으로 데려온 건 디모넵이었다.디모넵은 테마리의 벗겨지고 피 맺힌 두 손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몇 번이고 약을 발라주어도 금세 다쳐오고 포켓몬센터에서 치료를 해도 만연한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혼자서 바위를 때리고 나무를 꺾는 모습을 그의 뒤를 쫓아 몇 번이나 목격했을까. 그럴 때마다 자신감을 잃었다. 회의감을 느꼈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