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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오늘의 기술 2월 8일

오늘은 처음으로 테비의 날개에 의지해서 하늘을 날아보는 날이에요. 물론 테비 혼자에게만 의지하는 건 아니지만요. 공중날기 택시를 부르기로 했어요. 아직 피죤인 테비에게 제 무게를 다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고, 니켈 씨와 함께 이동하기로 했거든요.니켈 씨는 이따가 모의전도 해야 해서 잠깐 왔다가 저보다 먼저 돌아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왜 북새마을까지 같이 돌아가느냐면……,실은 그저께 잠깐 봐버렸어요. 니켈 씨가 피죤에게 감아주었던 초보 배지를 푸는 걸요.니켈 씨는 포켓몬에게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초반의 니켈 씨는 트레이너 캠프에 와서도 쭉 회사원 같아서, 자신의 포켓몬들과도 어딘가 비즈니스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마 초창기의 구구가 니켈 씨를 따르지 못하고 활화르바와도 경쟁을 하던 ..

066. 오늘의 일기 2월 8일

엄마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잠시 보지 않겠냐고요. 제 포켓리스트는 라이지방에 온 뒤로 엄마에게 끝내 한 번도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는데 엄마가 먼저 연락해올 줄이야. 정말 놀랐지 뭐예요.재밌는 건 라이지방에 오기 전까지의 이력을 보면 전부 제가 먼저 했던 연락이라는 거예요. 새해가 되면, 가족의 생일이면,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엄마는 답장을 해줄 때도 있었고 해주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대부분이 참 의무적이다 싶은 답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알겠습니다.’ 라니.그런데 그런 엄마의 답장을 두고 서운하단 티 한 번 못 냈어요. 그랬다가는 엄마가 귀찮아할까 봐요. 더는 이런 답장도 안 해줄까봐.아마 엄마를 믿을 수 없던 거겠죠. 엄마가..

065.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7일

“아무 씨, 아무 씨. 이거 보세요!”저는 허둥지둥 나무돌이가 된 테이를 꼭 안고 아무 씨에게 자랑하러 달려갔어요. 아무 씨랑 겟코랑 한 특훈에서 무언가 깨달은 게 있었는지 쑥 자라버린 거예요, 테이는 조금 더 커진 자기 몸이 무척 마음에 든 것 같아요. 팔을 휘둘러보거나 빠르게 점프해보거나, 전처럼 벽을 타고 느릿느릿 걷는 대신 민첩하고 소리를 죽여 걷게 되었어요.저는 겟코와 아무 씨에게 이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겟코에게 꼭 수제자처럼 수업을 받은 테이니까요. 겟코 앞에 서서 이만큼 자랐다고 으쓱이며 그러니까 새로운 걸 가르쳐달라는 테이의 모습은 어쩜 이렇게 흐뭇하던지요. 상냥한 선배 노릇을 해주는 겟코를 두고 저는 아무 씨 옆에 풀썩 앉았어요.곧 기차 여행을 한다고 하죠. 테이랑 먹으려..

064. 오늘의 일기 2월 7일

엄마를 만나고 왔어요. 30분 전의 일이에요.뭔가 짜안~ 다짜고짜 클라이맥스입니다. 같네요. 저도 엄청 당황스러워요. 대화는 한 마디도 안 했어요.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쳤거든요. 요즘 대화하다 말고 도망치는 몹쓸 버릇이 든 것 같지 뭐예요.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하고 마음에 새겨두기라도 해야 할까요.오늘도 변함없이 테리는 제 품안이었어요. 이렇게 테리를 껴안고 있으면 제 고동소리가 테리를 타고 두근, 두근하고 커다랗게 울리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진정이 되곤 해요. 무슨 효과라고 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초조하거나 진정이 안 되거나 이럴 때 저럴 때 이어폰 같은 걸 꽂아서 바깥 소리를 차단하거나 자기 맥박을 들으면 나아진다고요.테리에게 코를 부비고 있으면 꼼지락거리며 테리의 짧은 발이 저를 ..

063. 오늘의 아르바이트 2월 6일

그 첫 번째, 베테랑 트레이너의 특훈에밀 씨가 사라지고 난 방에 겟코랑 둘이 남아서 쎄쎄쎄를 했어요. 겟코는 낯을 가리는지 아니면 자기 트레이너인 아무 씨가 없어서인지 쭈뼛쭈뼛 안절부절 빙글빙글 서먹서먹, 그 기분을 알 것도 같아서 저는 혜성시티를 나올 때 시타라 씨에게 받은 포록을 나눠주며 겟코와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했어요.겟코는 아무 씨의 파트너 포켓몬이고 경험도 많고 실력도 뛰어나고, 안 그래도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제 포켓몬들도요. 낯선 포켓몬들에게 둘러싸이자 다시 쭈뼛거리며 혀에 혓바늘이 돋아날 것처럼 어색해하던 겟코였는데요. ……널 에밀 씨와 내 사이에 두고 가버린 아무 씨를 원망할까?그래도 걱정한 것보다 겟코는 온순한 편이었어요. 간혹 다른 트레이너의 말을 안 듣는 난폭한 포..

062. 오늘의 일기 2월 5일

디모넵은 태어나서 기차가 처음이었다. 라이지방에 와서 처음인 게 아주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차는 여행의 로망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무척이나 설레며 기대했다. 되짚어보면 신화나 전설만큼이나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 아버지가 알았다면 네 아빠엄마가 모두 돌아다니길 좋아하지. 하고 웃으며 답해주었을 것이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도저히, 도무지 기차나 여행, 심지어 하늘의 뿔을 앞에 두었는데도 설레며 즐길 수 없었다. 울적함이 앞섰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크게 꼽아보자면 3가지 정도로 줄일 수 있었는데 그 세 가지 모두에 ‘화강돌’이란 단어가 들어갔다. 하나는 화강돌이 캠프에 왔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화강돌 문제로 포르티스와 와이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마지막 하나는──,“응, 아빠..

061. 오늘의 친구 2월 5일

: 포르티스 캠프 안의 소식은 빨리 퍼진다. 다들 포켓리스트를 이용하는 게 능숙해 어디서 희귀한 포켓몬을 발견했다거나 어디에 가면 신비한 도구를 줍는다거나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동했다.「여기서 화강돌을 볼 수 있대.」「화강돌이라면 디모넵이……」디모넵이 무서워하던 포켓몬 아니었어?캠프 안의 소식은 정말로 빨리 퍼진다. 포르티스가 화강돌을 만났다는 소식도 금세 포켓리스트로 전해 들었다.[포르티스 씨가 화강돌을 데려오면 나 포르티스 씨 얼굴 못 볼 것 같아요.]거진 협박이나 다름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 ‘그게’ 싫어요. 무서워요. 그러니까 선택해요. 그냥 협박이었다.만약 그럼에도 데려온다면 어쩔 수 없지. 못 보는 거다. 아주 단순한 논리였다. 포르티스 씨 얼굴만 보면 떠오를 것 같은걸..

060. 오늘의 친구 2월 4일

: 시타라 화강돌이 캠프에 왔다.디모넵은 캠프에서 도망치고 싶었다.정말이지 도망치고 싶었다.품에 안은 공포를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다.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하는 쪽이 맞다. 마주할 만큼 강하지 못했다. 외면하고 피하고 잊은 척하고 도망치기 급급했다. 피할 수 있다면 영원히 피하고 싶었다.그랬는데 왜 고스트 타입에 도전하려고 했냐고?이대로 무시하기에는 포켓몬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캠프의 다른 고스트 타입 아이들에게까지 경기를 일으키고 피하는 자신이 아무리 봐도 못마땅했다. 스스로가 한심하고 속상해서 견딜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이런 모습이 캠프 사람들에게 나쁜 아이처럼 비쳐질까 두렵기도 했다.거창하게 무슨무슨 증후군이란 이름을 붙일 수준은 아니다. 누구나 그 정도는 갖고 있지 않은가. 산타 할아버지..

05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3일

05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3일 일어나자마자 들려온 단어에 꿈인가. 악몽인가. 당황해서 멀어졌다가 조금 뒤에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꿈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니까 악몽도 아니다. 무시무시한 현실이다. 디모넵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몰랑의 텐트를 찾았다. 텐트 안을 흘끔 들여다보자 리몽이 꼬박꼬박 모아온 꿀이 벌써 반 이상 사라진 게 보였다. 저만큼 많은 꿀이 사라졌다는 건 그만큼 많은 포켓몬들이 여기 꼬인다는 거고,어머니의 화강돌은 꿀을 좋아했었나? 기억나지 않았다.“몰랑 씨. 저도 꿀을 얻으려고 왔는데요.”메테노가 아주아주 만나고 싶었다. 루나톤과 솔룩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네이티와 친구가 되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오뚝군을 만나면 알아보고 싶은 게 많았다.그 모든 관심과 흥미를 ..

058. 오늘의 일기 2월 2일

그 첫 번째, 테리와 디모넵 디모넵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테리는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테리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테리, 나 물. 더듬거리는 목소리에 꿀을 녹인 물컵이 잡혔다. 꼴깍거리고 물을 전부 넘기고 나자 디모넵의 옆에 찰푸닥 앉아 있던 작은 포켓몬이 한숨을 쉬었다. 디모넵을 책망하는 게 여실했다.‘어린아이가 술이라니, 안 돼요. 디모넵.’꼭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테리가 옆에 얌전히 있어주는 건 무척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그래서 디모넵은 혼나는 것도 마냥 좋다고 테리의 몸을 끌어안았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그 아래 흐르는 미지근한 온도가 익숙한 그대로였다.“테리. 기분은 좀 풀렸어?”테리는 얌전했다. 진화하고 나서 들던 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햇빛을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