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61

097. 오늘의 일기 2월 25일

그 첫 번째, 룰루랄라 소풍 준비오늘의 날씨, 맑음. 햇살이 매우 좋음.일어나자마자 텐트 바깥의 하늘을 확인한 저는 응, 다행이야! 안심하고 쭈욱 기지개를 켰어요. 오늘은 숲속을 탐색하러 가기 전에 먼저 테토와 개울가로 놀러가기로 했거든요. 어제 약속한 것처럼요.주섬주섬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치자 테리가 밥은 먹고 가라고 저를 쭉쭉 당겼어요.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는 식사가 차려져 있는 캠프의 중앙이에요.“아, 도시락도 싸갈까?”제 말에 테토는 리일! 하고 꼬리를 기운차게 흔들었어요. 테토는 잔뜩 먹으니까 잔뜩 챙겨야겠다. 마침 어제 자뭉열매를 7개나 주워 왔으니까 저는 자뭉열매를 얇게 썰어서 위에 소금과 후추를 톡톡 뿌리고 크림치즈를 끼운 샌드위치를 한가득 만들었어요.이 ..

096. 오늘의 일기 2월 24일

오늘의 일기 리턴즈,테논은 오늘도 하루 종일 볼 안에 머물렀다. 디모넵은 테논의 볼을 꺼내서 손에 들고 한참 보다가 테논과 눈을 마주치고 볼을 다시 집어넣길 반복했다.볼 안의 테논은 무척 얌전했다.-테논, 볼 밖으로 나올래?그 말에도 얌전하고 조용했다. 이대로 나오지 않아도 좋다는 듯. 그게 몹시 신경이 쓰여서 디모넵이 슬쩍 볼의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곧장 볼 안에서 축적한 전기를 뿜었다. 모두의 조언을 받아 테오를 옆에 잘 붙여두었기에 망정이지. 전기를 가득 흡수해 누구보다 빨라진 테오가 재빨리 볼의 버튼을 다시 눌러 테논을 집어넣는 일이 반복, 또 반복이었다.테논은 내가 싫은 걸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테논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트레이너를 원했다. 그러나 트레이너의..

095. 오늘의 포켓몬 2월 24일

「일기는 시작부터 조금 눈물로 젖어 있다. 잉크가 번져 첫 마디가 알아보기 힘들다.」「다만 몹시 흥분하고 떨리는 상태로 적은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샤비를만났어요.어쩌면좋죠.샤비라고요.신오에서는볼수없는풀타입을또만나다니이것이야말로아르세우스님의은총은아닐까요?「띄어쓰기조차 잊은 듯 엉망진창으로 휘갈겨 쓴 일기는 이 뒤로도 쭉 흥분의 도가니가 이어졌다.」「그 샤비가 어떻게 생기고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구구절절 쓴 문장이 10줄을 넘겼다.」「흥분으로 가득했던 일기는 그러나 이윽고, 머뭇거림이 섞여 종이가 눌린 자국이 깊어졌다.」하지만 막상 샤비를 눈앞에 두고도 저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면 제게는 이미 테리와 테이가 있었고 되도록 열두자리의 기회 앞에서 다양한 타입의 친구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모두에게 ..

094. 오늘의 탐색 2월 24일

그 첫 번째, 개울과 늪지대와 테토 오늘 제 목표는 풀 타입 친구들을 잔뜩 만나는 거예요. 만나는 김에 불꽃 타입도 만나면 좋고요. 가보고 싶은 건 솔직히 어둑한 숲이었는데요……. 역시 제게 없는 불꽃 타입의 친구도 신경이 쓰여서요. 만약 오늘 운이 좋아서 불꽃 타입 친구를 만나게 되면 내일은 어둑한 숲길로 가도 좋고요.그렇게 모두에게 설명을 하고 막 가방을 싸서 나가려는 참이었어요.“쁘애앵~~!”시러시러~~~~! 개울 갈래~~~! 늪 갈래~~~!포켓몬의 나이는 어떻게 가늠해야 하는 걸까요. 인간처럼 그저 태어난 햇수만 갖고 헤아리기엔 포켓몬마다 성장 속도도 다르고, 진화함에 따라 정신적 성숙을 이루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테이는 나무지기일 때도 의젓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란 면이 더 강했는데 나무킹이 되..

093. 오늘의 일기 2월 22일

그 첫 번째, 테오의 이야기에몽가에게 제 트레이너의 첫 인상은 지나가는 많고 많은 열차 탑승객 중 한 사람, 두 번째 인상은 어딘지 미덥지 못한 트레이너, 그 다음 인상은……“사랑받는 트레이너”였다.포켓몬을 사랑하고 포켓몬에게 사랑받는다. 한 줄로 표현하자면 간단한 일이지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 걸 에몽가는 긴 시간 열차에 머물면서 지켜보았다. 열차란, 역이란 그런 곳이었으니까. 누군가는 남겨지고 누군가는 떠나가고 만남도 이별도 열차표만큼이나 싸구려.제게 같이 여행을 가겠냐고 제안한 어린 트레이너에게 냉큼 손을 올린 것도 큰 의미는 없었다. 이러다 지겨우면 떠나야지, 앙큼하게도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트레이너가 던진 몬스터볼을 5개나 못 쓰게 만든 건 제 이런 변덕이 몬스터볼에는 숨겨지지 ..

092.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24일

다시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했어요. 이번에 머물 곳은 소소리 숲. 이름 그대로 숲이에요.그리고 제게 아주 간절한 일이 생겼어요.꿀은 늘 포켓몬 용이었어요. 제 엔트리에서 꿀을 가장 좋아하는 테토는 물론이고 안 그런 척 테리도 꿀은 잘 먹는 편이었거든요. 그리고 누누이 말하지만 꿀이란 것은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누가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거라서 제 엔트리의 친구들이 꿀을 즐겨먹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하지만 오늘만큼은 엔트리를 위해서 꿀을 받으러 가는 게 아니에요.모든 것은 저의…… 사심, 을, ……위해서.후우. 안 부리던 욕심을 부리려니까 사람이 얼마나 이렇게 어색하고 겸연쩍고 제 것이 아닌 걸 탐내는 것만 같아서 불편하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겠는지. 저는 테리를 품에 안은 채..

091. 오늘의 일기 2월 22일

캄캄한 밤의 숲에 번쩍, 섬광이 일었다. 빛은 그 뒤로도 몇 번을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목새마을의 주민들에게는 그러나 놀라울 일도 아니었던 것 같다. 저 방향이라면 대충 혜성시티 쪽이니 그곳의 빛이라고 여긴 거겠지.익숙함이 가져온 무관심 속에서 10만 볼트의 전기에너지가 나무를 향해, 땅을 향해, 하늘로 솟구쳐, 끝내 인간을 향했다. 톱을 닮은 길게 뻗은 턱이 험악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면 그 때마다 날카로운 톱니에 불꽃이 튀고 그 불꽃이 다시 전기가 되었다. 방향을 잃은 전기 에너지가 나뭇잎을 태우고 가지를 베며 매캐한 연기를 일으켰다. 땅을 파헤치고 무의미하게 하늘을 가르다 종국에는 또 한 번 인간에게로 향했다. 제 트레이너다.아니, 트레이너가 맞을까. 아이는 쏘아지는 전격을 보고 자신이 그의..

090. 오늘의 일기 2월 21일

체육관전을 마치고 다음날, 저는 그제야 장갑을 사러 상점가를 갈 수 있었어요. 목새마을은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라 상점가도 느긋하고 평화롭더라고요. 테오는 상점가가 신기한지 제 머리 위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천막 위로 폴짝 뛰어 여기저기 마음대로 구경을 다녔어요.“잠깐, 테오. 함부로 물건들 밟거나 떨어트리지 않게 조심해~”테오는 ‘내가 그런 것도 못할 것 같애~?’ 하고 까륵 웃으며 하늘다람쥐답게 날아다녔어요. 제가 너무 유난스럽게 걱정을 하는 걸까요. 이런 부분에서도 테오가 사고치지 않을 거라고 믿어줘야 하는 걸지 어려운 문제예요.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숙소에 두고 왔지만 테오와 테리는 함께였어요. 테리는 제 옆에서 아장아장 걸으며 어제 체육관전 이후 모두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들려주었어요. 테논을 제외하고..

089. 오늘의 도전 2월 20일

각 마을의 체육관전, 트레이너 캠프의 스타트를 끊는 건 대체로 케이 씨나 헤이거 씨였어요. 두 사람 모두 자신감이 뒷받침되는 선택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특히 케이 씨는요. 예전에 레이싱 선수로 대활약하면서 1등도 하고 굉장했다고 들었어요. 모두의 앞에서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고 최속으로 달리는 게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아니었을까 해요.그에 비해 저는 제일 먼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부담스러운 일은 얼른 해치워버리는 게 좋지만 그게 꼭 1번일 필요는 없고, 오히려 1번으로 해버려서 주목을 사버리는 건 간이 쪼그라들 만큼 부담스럽기도 해요.다라마을에서 1번으로 하고 싶던 건 순전히 사심이었지만 그러니까 반드시는 아니어도 되었던 거예요.그런데 오늘, 어쩌다 목새마을 체육관전의 최전선에 서게 되..

088. 오늘의 기술 2월 20일

새 친구가 생겼어요. 이름은 테스티아. 최근 테논과 테오가 새 친구로 늘어나면서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새 친구를 바로 데려와도 될지 고민이었지만 차라리 이 혼란기에 마저 식구를 늘려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린과 손을 잡고 화석복원소에 다녀온 참이에요.테스티아는 아직 다시 눈 뜬 세상의 바람도, 온기도, 풀의 서늘함까지도 모든 게 낯설고 서먹한 것만 같았어요. 겁먹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직 이 모든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기에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그래도 다행히 벌써 애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온 것 같지만요. 소금물에 축축이 젖어서 신난 테스티아를 수건으로 털어주면서 저는 케이 씨처럼 수조를 하나 사야 하나 고민에 잠겼어요. 아니면 매일매일 테토랑 물놀이를 하게 해준다거나.이걸로 테토도 물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