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142. 오늘의 일기 3월 29일

::마침표 일기의 날짜를 4번이나 고쳤어요. 원래는 26일에 쓰려고 했는데, 하루, 이틀, 삼일……. ……게으름 부리는 건 눈 깜짝할 새네요.「그래도 연락은 꼬박꼬박 해주었구나.」“에이, 그야 당연하죠. 아빠한테 연락을 빼먹을 리가.”제가 비록 일기에 적진 못했지만 아빠랑 매일매일 통화하긴 했으니까요. 이브 씨가 사천왕의 한 사람으로 등장해서 얼굴을 자세히 봤을 때는 정말 놀라서요. 아빠에게 진지하게 몰랑 씨랑 이브 씨 사진을 보내면서 ‘혹시 출생의 비밀이?’ 같은 소리를 했는데요. 저는 농담으로 한 말인데 아빠는 진지하게 「달리아 씨는 시설 출신이니까. 알 수 없는 일인걸. 정 궁금하면 알아봐줄까?」 하고 돌아오는 거예요.저 생긴 건 달리아 씨를 꼭 따라가거든요. 눈색은 달리아 씨가 조금 더 탁하고 어..

141. 오늘의 일기 3월 26일

나비춤, 동경, 어른이 되는 것 포켓몬의 진화는 무엇이라 설명해야 좋을까요. 환경에 맞춰 의태하는 것? 생존을 위해 더 강해지는 것?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어떤 포켓몬은 약육강식의 아래에 있으면서도 진화하지 않기도 하고 어떤 포켓몬은 탐욕스럽게 더 강해지기 위해 힘을 키워요.또 어떤 포켓몬들은 특별한 힘이 담긴 아이템을 이용해 진화를 하기도 해요. 대표적인 게 바로 돌이겠죠. 태양의 돌, 달의 돌, 불꽃의 돌, 물의 돌, 이런 식으로요. 그렇다면 이러한 도구에 의한 진화는 어째서 벌어지는 것일까요.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닐 텐데.최근에야 깨닫게 된 건데요. 저는 달리아 씨가 연구하던 분야랑은 아주 조금 다른 분야의 연구를 좋아하나 봐요. 결론적으로 달리아 씨나 저나 인과관계를 따지고 싶어 하..

140. 오늘의 일기 3월 25일

뒷모습을 배웅하는 일, 어젯밤에 니켈에게 센트의 몬스터 볼을 임시로 받아두기로 했어요. 제 커스텀스킨의 볼 안에 들어 있는 센트를 보는 건 조금 쑥스러운 일이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제가 배지를 6개나 받아둔 걸 잘한 일이라고 느꼈고요. 센트는 순한 포켓몬이고 저랑도 친하니까 굳이 그런 걱정 할 것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포켓몬을 받아둘 때 배지가 여러 개일수록 좀 더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하니까요.휴게실에만 있기엔 조금 답답하고, 센트를 꺼내놓기도 쉽지 않아서 저는 잠시 아이들을 데리고 리그 건물의 바깥으로 나왔어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나? 하고 살금살금 바깥으로 나오자 오늘도 날씨가 좋더라고요. 햇살 따뜻한 풀밭에 센트와 다른 아이들을 꺼내놓고 저는 자연스럽게 센트에게 등을 기댔어요. 제..

139. 오늘의 친구 3월 24일

: 올리브 ::Best Your Own 들려오는 사과에 저는 리브의 손을 살며시 놓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또, 이 지점인 거예요. 몇 번이나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거듭되던 일이에요. 굉장히 맥이 풀리고 서운한 한편으로는 그만 포기해버리는 기분도 든 것 같아요.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다음엔 포기하는 것, 이제는 제법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걸까요?“저번에 리브가 안대 푼 모습을 보여 줄까? 했을 때 리브에게 말하지 못했던 거 말야.”목소리를 덤덤하게 가다듬는 것도 어렵지 않았어요. 어리광을 부린다고 말했지만 부담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곤란하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요. 그야 이제까지 저는 몇 번이나 리브를 곤란하게도 만들고 난처하게도 만들고, 가끔은 그보다 더 힘들게도 만들었던 것 같지..

138. 오늘의 탐색 3월 23일

그 첫 번째, 테레지아의 불만 뚱한 얼굴의 테레지아 앞에서 저는 사정사정을 하고 있었어요. 꽃밭을 보여준다고 데려온 지가 벌써 오늘로 꼭 3주. 하지만 제 여행은 갈수록 춥고 척박하고 황량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죠. 테레지아의 섬세한 잎사귀와 늘어트린 꽃에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일 거예요. 더군다나 이제는 어두컴컴한 동굴, 천장에서는 습한 바다 공기를 머금은 물이 톡, 톡 떨어지고 딱딱하게 바위로 이루어진 바닥은 바다이끼와 까끌까끌한 소금기가 묻어났어요. 꽃에게 염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는 제가 굳이 말할 것도 없겠죠.언제쯤 내게 넓은 꽃밭을 줄 거야? 물어오는 테레지아에게 저는 두 손을 딱 붙이고 이제 일주일 남았어!를 외쳤어요.일주일 뒤면 캠프의 여정은 끝이고, 어디든 따뜻한 곳으로 갈 수 있어. 네가 바..

137. ... 3월 22일

: 오필리아 몇 번을 반복한 이야기다. 아이는 기민한 편이었다. 자만할 만큼 모든 것을 알지도 않고, 본 만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 공간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것만큼은 또래에 비해 뛰어났다.여자가 인연은 맺는 방식이 보통과 다른 것 또한 일찍이 눈치를 챘었다. 관계를 맺는 방식도 기묘하고 그 인연의 무게도 기이하다. 어떨 땐 더없이 사랑스러운 듯 붉은 실로 끝과 끝을 연결해 감언을 속삭이다가도 어떨 땐 북쪽 끝의 빙설처럼 서릿발의 목소리를 냈다. 애정의 무게를 어떻게 저울로 측정할까. 헌데도 비단에 감싸 붉은 리본으로 포장한 애정을 저울 위에 들었다 내렸다 하였다.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한다면 어째서,전부를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아이가 본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여..

136. 오늘의 친구 3월 21일

: 얀 오늘은 캠프의 사람들과 겨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날이에요. 사실 저는 더블배틀보다 싱글배틀을 선호했는데요. 더블배틀은 너무 금방 끝나버리는 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같은 이유로 싱글도 1대1보다는 다대다의 대결을 좋아하고요.그런데 마지막 배틀에서 더블배틀을 하자고 덥석 물어버린 건 분명 조금 더 많은 사람과, 같은 아쉬움이 있던 탓이겠죠.동시에 이번엔 아주아주 옛날에, 벌써 3개월 전에 처음 배틀을 했던 얀이랑─그 땐 와이 씨라고 불렀는데─3대3의 정면승부를 하게 된 것도 무척 두근두근한 일이었어요.“테리, 얀이 네가 보고 싶대. 나왔으면 좋겠대.”그쪽에서 직접 지명도 받았고요. 테리는 제 말에 발끝을 까딱까딱, 동그란 술을 흔들흔들, ‘뭐, 좋아요.’ 하고 선심 쓰듯 끄덕여주었어요. 아이참,..

135. 오늘의 일기 3월 21일

그 첫 번째, 고스트 타입의 체육관전 데코 씨에게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도 좋다는 조언을 들은 뒤로 어제 다시 껍질깨기를 도전하려고 했다가 실패했어요. 생각해보니 거기서 껍질깨기를 시도해도 제가 손해 볼 건 없었는데 왜 그 차례에 머뭇거렸을까요.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제가 제 포켓몬의 역량을 아직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 부분은 자귀체육관에서 첫 승리를 거머쥐었을 적부터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겁이 많은 걸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마 경험과 지식 부족이겠죠? 정확히 알고 있다면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으니까.살비전에서도 덕분에 처음엔 껍질깨기를 지시 못했다가 재도전에서야 자신감을 갖고 지시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도! 란 마..

134. 오늘의 일기 3월 20일

디모넵은 도전을 결심했다. -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괜찮아.-포기하는 것도, 도전하는 것도.저는 참 다정한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죠.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꼭 옆에 찾아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고 걱정해주고요. 캠프에는 좋은 사람들 투성이어서 혼자 땅을 파며 우울해지기도 힘들더라고요.그런 와중에도 이번에는 조금 버거웠던 것 같아요. 뭐니 뭐니 해도 3연패인걸요. 그것도 조금 아깝게. 아마 압도적으로 졌으면 압도적으로 진대로 울적했겠지만 아슬아슬하게, 조금 아깝게 지고 나면 이번에는 내가 조금만 더 잘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게 돼요.이를 테면 너희의 트레이너가 내가 아니었더라면. 캠프의 다른 사람이었으면 너희를 더 잘 활약시켜주었을 텐데. 라고 말이죠.그걸로 한참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