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133. 오늘의 의뢰 3월 20일

그 첫 번째, 베테랑 트레이너 분의 말동무의뢰 내용을 처음 받아든 저는 잠시 당황했어요. 베테랑 트레이너 분의 상담이라니. 정확히는 말동무가 되어주라는 것이지만 엑,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더라고요. 제 배지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이란 생각이 안 든 것도 아니지만 배지가 하나 더 있었다고 해도 자신감이 한 20% 상승하는 게 다였을 거예요.첫째로는 저부터가 둔치시티 도전을 앞두고 정말 막막해서 눈앞이 캄캄하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만큼 배틀에 대해 해박하지 않아서 조언이 아니라 말상대만 해준다 해도 “우와, 정말요? 몰랐어요.” “그렇구나…. 새로 알고 가요.” 이런 이야기밖에 안 될 게 뻔해 보였거든요.트레이너 캠프에 의뢰를 할 정도라면 상대 분도 무언가 기대하는 게 있을 텐데 저로 정..

132. 오늘의 친구 3월 19일

: 올리브 ::HERO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고 생각했다. 어제와는 한결 다른 기분이었다. 걱정하고 두려워할 일은 고작해야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전등을 깜빡이는 장난 같은 게 아니었다. 이런 것보다 더 무서운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 겪어도 봤어.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완전 믹스커피지.오늘의 도전자로 생각할 게 많을 텐데 앞서가기보다 제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 주는 친구도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옆얼굴에, 따뜻한 손의 온기에 신기하게도 어제보다 체육관이 한결 더 밝아 보였다. 뒤에 매달린 심술쟁이 샹델라의 무게도 한 몫 해주었다. 정말 기절할 거냐고 툭툭 건드리는 손길은 아닌 척 걱정하는 것도 같아서 그래, 네가 있는데 내가 다른 어떤 고스트 포켓몬을 무서워하겠어...

131. 오늘의 일기 3월 18일

치릴리의 이름, 너로 정했다!열두번째 엔트리, 제 마지막 빈볼을 채운 건 치릴리라는 귀여운 포켓몬이었어요. 마지막 한 자리인 만큼 조금 욕심을 부려서 나도 누군가에게 포켓몬을 양도 받고 싶다거나 혹은 이번에야말로 제 처음 목적에 맞게 없는 타입의 포켓몬을 잡겠다거나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고 만 것이 너무나 저다운 것도 같았어요. 풀 타입을 좋아하는 이 마음의 진정성을 증명한 거라고 해도 좋겠네요.“그래서 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눈속에 파묻혀서 조금 생기를 잃었던 잎은 이틀 동안 열심히 케어해준 것으로 다시 싱그러워졌어요. 치릴리의 머리에 난 잎사귀는 먹으면 기운이 나는 효과가 있대요. 그리고 뽑아도 금세 다시 자라서, 저는 잠시 O빵맨을 생각해버리고 말았어요.이런 생각..

130. 오늘의 탐색 3월 17일

그 첫 번째, 텟샤와 테이와 테리 “솔직히 말할게, 얘들아.”“나 풀 타입이 궁금해.”아이들을 모아놓고 털어놓자 모두의 표정이 순식간에 똑같아졌어요. 그럼 그렇지. 너희 이렇게 마음이 맞을 수도 있는 애들이었니? 조금 당황해서 그, 그렇게 쳐다보기야? 하고 묻자 아이들은 꼭 같은 얼굴을 하고 삼삼오오 흩어지는 게 아니겠어요.겨우 그런 이유로 부른 거냐고 말하듯이요.나 좀 억울할 것 같아, 얘들아. 자꾸 그러면 페어리 타입도 보고 싶다고 할 거야. 이 말은 귀신 같이 알아듣고 테토가 와서 치근거렸지만요.「디모네에에엡~!!! 이제 페어리는 더는 싫어~!!」“아, 알아. 그럼. 물론이지. 내 최고의 페어리는 어……”힐끔 눈치를 보자 테루테루는 마냥 웃고 테레지아는 아이나 달래주라고 손짓을 했어요. 미안해, 얘..

129. 오늘의 탐색 3월 16일

그 첫 번째, 테루테루에게 주는 선물 “오늘은 어디부터 가볼까, 얘들아. 역시 풀일까? 풀이려나?”두근두근 콩닥콩닥. 눈 내린 지면이 조금 차갑고 발이 푹푹 꺼져서 위태로우면서도 저는 설레는 얼굴로 모두의 앞에 지도를 펼쳤어요. 사실은 테레지아까지 데리고 다니기도 벅차서 새 친구를 늘릴 생각은 없었는푸헤취-!“역시 불꽃 타입인가.”불꽃 타입이라면 포장된 도로 쪽에도 있고 눈 덮인 숲 쪽에도 있었는데요. 마침 포장 도로 쪽의 불꽃 타입은 날쌩마인 걸 확인해서 눈 덮인 숲으로 가볼까 마음이 기울었어요.따, 딱히 거기 풀 타입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진짜예요.아무튼 엔트리의 친구로 사귈지 안 사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사나 하러 가볼까 생각하는데 어쩐지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요상했어요.“왜 그런 표정..

128. 오늘의 친구 3월 16일

: 아이밀리우스 블라다 샛별시티 데이트 오늘은 에밀 씨와 놀러가기로 약속한 날이에요. 정확히 오늘은 아니고요. 제가 체육관전을 마치면 같이 샛별시티를 돌자고 약속했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샛별체육관을 멋지게 이기고 당당하게 에밀 씨와 놀러 가고 싶었어요. 에밀 씨는 그런 저에게 휘말리는 거고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체육관전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어요. 근거도 없이 자신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겠지만 저는 왜 늘 미리부터 포기해버리고 마는 걸까요.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게 두려운 탓일까요.그야,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그럼 같이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네가 이기면 되는 것이겠군.」「져도관광하러간다는선택지는없을까요.」「자신이 없는 것인가.」스스로의 실력에 확신을 갖춘 에밀 씨..

127. 오늘의 친구 3월 15일

: 엘리자베스 다정한 온도, ───동경하던 빛은 어떤 색으로 반짝였을까.말없는 풀, 뿌리내린 나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피고 지고 생을 반복하는 것, 인간의 잣대로는 가늠할 수 없는 저마다의 시간을, 삶을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존재들. 아이가 사랑하던 세계.한없이 따사롭고 안온한 곳, 영원이란 멀리 있는 이름이 아니다. 사철의 변화가 없는 마을과 태어나서 지금까지 머문 화원은 자체로 영원한 것만 같았다. 그곳에 머물 수도 있었다. 고이려는 것이 아니다. 그 땅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의 일부가 되어도 좋았다. 그럼에도 뛰쳐나온 건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모든 선택에 커다란 의미가 있지는 않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정하고 발을 내밀기까지 대단한 결심 같은 건 없어도 좋았다. 사소한 계기, 한 번 움직일 힘, 시작..

126. 오늘의 친구 3월 14일

그 아이, 닮은꼴이 많은 친구 린과는 캠프 초창기부터 금세 친해졌던 것 같아요. 그야 린은 좋은 아이이고 누구와도 잘 지내고 우리는 동갑내기에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기도 했으니까 금방 친해지는 건 이상할 게 아니지만, 조금씩 교류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단지 그뿐만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됐어요.우린 닮은 점이 많았어요. 겉보기나 관심사만이 아니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안쪽으로 말이죠.「가족보다 다른 게 중요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거니까?」「저는 디모넵 씨가 바라는 어머니는 되어줄 수 없습니다.」린의 말에서 달리아 씨를 떠올렸어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건, 그게 다른 ‘보통’의 집안과 다르다는 건 마음에 깊은 흉을 남기는 것과 같아요. 아무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린을 사랑해..

125. 오늘의 포켓몬 3월 13일

어제 배틀은 지고 말았어요. 여러 가지로 수읽기에서 실패한 것도 있고 테마리가 생각보다 마비에 약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테마리는 어제 자기가 두 번이나 움직이지 못한 것이 분통터지는 것 같았어요. 씩씩거리며 그깟 쥐가 다 뭐냐고 애꿎은 피카츄를 잡으러 가겠다고 날뛰는 통에 말리느라 고생했지 뭐예요.그렇지만 마비는 정말 무서운 기술이네요. 저도 그걸 위해서 텟샤에게 뱀의 눈초리라는 기술을 알려주었지만─물론 그게 아니어도 알려주고 싶은 기술이었어요. 샤로다에게 정말 어울리는 기술 아닌가요?─결국 써보지 못하고.살비전 때도 생각하지만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거나 그런 과감한 전법은 제게 정말 어울리지 않나 봐요. 저는 ‘이번엔 껍질 안 깨?’ 하고 눈으로 묻는 테스티아를 꼭 끌어안은 채 이번엔 어떻게 하..

124. 오늘의 일기 3월 13일

샛별시티의 카페는 겨루마을이랑은 전혀 다른 엄청나게 세련된 분위기였어요. 오늘 만나기로 한 곳은 백화점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였는데 카페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이 엄마가 고를만한 곳이었다고 생각했지 뭐예요. 강변에 전망 좋고 디저트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 있다고 마침 저도 검색하다 발견했는데, 여긴 이 다음에 캠프 사람을 꼬셔서 가야겠어요.신기하게도 엄마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에는 아무런 무게도 담겨 있지 않았어요. 겨루마을에서는, 금방이라도 꼭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말이죠. 와이는 이런 저를 두고 역시 아쉽다고 했는데요. 저는 그조차도 모르겠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나쁘지 않았어요. 어쩌면 오늘 날씨가 좋은 덕인지도 몰라요.“그치, 테리?”저번엔 나무지기 시절의 테이만 데려갔었는데 오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