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113. 오늘의 일기 3월 7일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는 포켓몬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정확히 말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의심하는 동안 그 의심하고 있는 ‘우리’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예요. 언젠가 포르티스 씨와 이거랑 조금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리의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할 것이냐, 이죠. 그거랑 닮은 이야기도 되겠네요.어렵게 일기의 서두를 떼버렸는데요. 제가 하려는 말은 즉 지금 생각하고 있는 저는 아주 생생히 존재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한다면, 챌린저 디모넵에 관한 생각이에요.저는 무엇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가. 라거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챌린저라고 하면서 어디에 도전하고 있는가. 따위를 말이죠.이제 와서?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제 와서예..

112. 오늘의 일기 3월 6일

모두와의 반성 시간, 그 녀석과의 상담 시간 오늘은 오랜만, 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말하니까 그 동안 제가 조금 잘났던 것도 같네요. 그렇지만 참 오랜만인 이야기로 체육관전에 도전해서 지고 말았어요.포켓몬 센터에서 모두를 회복시키고 다른 사람들의 체육관전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다음에야 저는 체육관을 나왔어요. 커다란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각자 떠들썩하게, 자신의 내일의 차례를 준비하거나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거나 혹은 저처럼 재도전을 결심하거나 하는 것 같았어요.살비마을은 무척 따뜻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혼자 걷는 밤공기는 조금 쌀쌀맞은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제 기분 탓이겠죠.“그럼 패인을 이야기 해보자.”우리는 모두 함께 밤바다 앞 모래사장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첫 번째 패인은 역시 ..

111. 오늘의 일기 3월 5일

그 첫 번째, 아름다운 샤로다 풀 타입을 언제부터 좋아했느냐, 풀 타입의 어떤 점을 매력으로 느끼고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아마 수없이 많은 답을 줄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좋아하는 풀 타입을 대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체리꼬! 하고 답할 테지만 그 뒤를 이어서 냄새꼬랑 라플레시아도 좋아하고요. 이상해꽃, 토대부기, 통통코와 아르코, 엘풍, 무스틈니, 철시드……, 여기 이름을 다 언급하지 못하더라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풀 타입의 친구들을 좋아해요.아마도 엄마의 그림자를 좇지 않고 스스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 ──라고 해도 풀 타입이 좋은 건 분명 꽃집을 운영하는 환경의 영향일 테지만요. 풀 타입의 친구들과 함께 할 때면 다른 수많은 것들을 잊고 오로지 그 아이들과 함께 ..

110. 오늘의 아르바이트 3월 5일

그 첫 번째, 과수원 도우미 “우와아아아.”모두 함께 나무열매 수확을 도우러 과수원에 발을 들였어요. 그러자마자 나온 건 자연스러운 탄성이에요. 꽃향기마을은 꽃밭으로 덮인 곳이라서, 물론 과수원도 있지만 살비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거든요. 이곳의 비옥한 땅은 그리운 고향, 혹은 그 이상일 것만 같아서 저는 서둘러 사진부터 찍었어요.“아빠에게 보여줘야지.”과수원은 키우는 나무열매의 종류에 따라 종으로 횡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같은 색의 열매들이 열을 이루는 건 정말 말로 다 설명 못할 만큼의 장관이었어요.“아앗, 잠깐. 테토! 맘대로 먹으면 안 돼. 테마리 너도 뭘 글러브도 닦고 있는 거야! 이건 우리 먹을 거 아니니까.”잠-깐-만, 테오, 스토오옵!! 저 날다람쥐 녀석! 제가 날아서 쫓아가지 못한다고 저..

109. 오늘의 일기 3월 4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여전히 공부 중 오늘도 돌아온 테스티아와의 공부 시간이에요. 하지만 오늘의 공부는 늘 하던 신화 공부가 아니라 조금 다른 것이었어요. 살비마을의 체육관 관장님, 드레인저 씨의 정보가 공개되었거든요.어젯밤은 덕분에 그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한숨도 못 잤지 뭐예요. 누군가 한 사람을 생각하며 밤잠 이루지 못하다니, 로맨틱한 분위기가 아니라 아쉬울 뿐이에요. 어제는 캠프의 모두가 드레인저 씨 생각을 하느라 잠을 설쳤을 텐데 드레인저 씨는 어땠으려나요. 꼭 모두의 아이돌이 된 기분이 아니었을까요.“테스티아. 껍질을 깨도 괜찮은 거지?”그래서 어제 한참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테스티아가 껍질을 깨고 헐벗은 몸이 되어 공격을 하는 전법이었어요. 껍질깨기란 기술, 예전에도 듣고..

108. 오늘의 탐색 3월 3일

그 첫 번째, 테루테루와 페어리의 위기어제 테레지아랑 만났으니까 오늘은 더 이상 새 포켓몬은 그만 찾고 배틀을 해볼 생각이에요. 생각해보니 다른 분들에 비해서 저는 마을 밖의 트레이너들과 거의 배틀을 해보지 않았더라고요. 배틀보다는 야생 포켓몬을 만나는 일에 더 힘을 쓴 편이라 말이죠. 그런 것치곤, 생각보다 엔트리가 늦게 채워진 편이지만.어라, 저 의외로 조우 운이 좋지 않은 편인 걸까요? 풀과 페어리 만큼은 정말 잘 만나고 다닌 것 같은데. 이게 운명이란 걸까요…….그래서 오늘은 불꽃 타입의 영치코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우선은 그 전에 레인저 분과 브리더 분에게 배틀을 신청하러 가기로 했어요. 포켓몬 레인저 분은 꽤 바쁜 편이라고 들었는데 배틀을 신청해도 될지 조금 걱정도 되지만 일단 인..

107. 오늘의 일기 3월 3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공부 시간 어느새 이 시간은 테스티아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유진 씨가 만들어준 닭이랑 고구마랑 감자랑 마늘이랑 꼭꼭 씹어 냠냠 먹으며 저는 오늘도 테스티아가 가져온 두꺼운 책을 펼쳐주었어요.“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읽어볼까?”암스타로 진화한 테스티아는 촉수의 꼬물거림이 조금 더 테크니컬해져서 전보다 능숙하게 페이지를 넘겼어요. 처음엔 테스티아의 십자 모양의 입이라거나 뾰족뾰족해진 등껍질이라거나 사백안으로 가늘어진 동공이라거나 조금 움찔했지만 겉모습이 조금 변했어도 여전히 제 귀엽고 호기심 대왕인 테스티아더라고요.“지난번에 세계의 기원에 관해서 이야기했었지? 보통 있지. 수많은 창조신화에서 최초의 세계는 무無였다고 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테스티아. ‘아무..

106. 오늘의 포켓몬 3월 2일

필살의 플라엣테 플러팅 저는 특별히 원하는 친구가 없다고 캠프 초창기부터 말해왔는데요. 그 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여전히 만나면 인연이고 만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가짐이에요.그런 와중에도 만약 만나게 된다면 제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안아주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면 바로 플라베베였어요.꽃의 숨겨진 힘을 끌어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친구. 평생을 손에 든 꽃과 함께 지내는 아이. 플라베베가 늘 껴안고 다니는 꽃은 뿌리가 없음에도 영영 시들지 않고 플라베베와 일생을 함께 한다고 하죠.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아닌가요.그리고 또 하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화책이 있거든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서 이제는 페이지가 너덜너덜하고 색 바랜 동화책은 플라제스와 영원의 화원에 관한 이야기예요. 플라제..

105. 오늘의 탐색 3월 2일

그 첫 번째, 테이동산마을을 떠나던 날, 저는 테이와 텟샤에게 신중하게 물어봤어요. 혹시 너희가 이곳이 걱정이 된다면 당분간 여기 남아서 이곳의 아이들을 지켜주겠느냐고요. 테이도 텟샤도 얌전한 아이들이라 트레이너와 멀리 떨어진다고 해서 야생 포켓몬처럼 난폭해질 일도 없고, 동산마을에 계신 다른 분들께 부탁해둘 수도 있으니까요.그야 저도 두 아이와 떨어지는 게 섭섭하고 걱정이 되지요. 둘에게 살비마을의 꽃밭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는걸요. 하지만 제 마음을 앞서기보다 테이의 마음이 보다 편해지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이대로 숲에서 등을 돌렸을 때 너희는 정말 괜찮은 걸까 하고 말이죠.조심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테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자, 테이는 불룩하게 나온 주둥이를 제게 문지르며 낮게 그르렁 소리를 냈어요.“..

104. 오늘의 친구 3월 2일

: 와이 흔들리는 손을 멍하니 응시했다. 길게 뻗은 손 너머로 시선을 올리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새까만 눈동자.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지금의 저는 와이가 보기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던가요?「그건 포켓몬이 조금 부러운 것 같아요~」「부럽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일까? 」그거, 저에게 되물어보기 있어요? 돌아온 질문에 속으로 조금 투덜거렸지. 그야 부러울 수밖에 없는걸. 사람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말과 달리 사람을 대하는 당신에게서는 늘 어떤 선을 느꼈다. 인간과 맺는 호의, 애정, 신뢰, 맺어지는 인연. 그런 것들을 ‘필요 없다’는 듯한.싫어한단 게 아니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도 아니라고 그랬다. 그럼에도 보이는 아주 가느다랗고 희미한 선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