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123. 오늘의 의뢰 3월 13일

클럽 『슈팅스타』의 일일 웨이터 “정말 너희를 이런 일에 부려먹어도 되는 걸까~”저희에게 웨이터 복장을 지급해 주면서도 의뢰인인 클럽의 스태프는 미안하고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요. 듣기로는 트레이너 캠프와 데코 씨가 서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하지만─많은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요─, 스태프 분이 보기에는 ‘무려 라이지방을 구한 영웅을! 클럽의 웨이터로!’가 된 모양이지 뭐예요.우리 주위에 다른 직원들도 누구는 신기한 듯 누구는 대단한 듯 아무튼 정말 일일 웨이터보다는 팬미팅이라도 된 것처럼 쳐다보고 말을 걸어와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았어요. 이런 대접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데. 특히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리브는 도망가 버리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덤덤한 얼굴로 옷을 ..

122. 오늘의 도전 3월 12일 VS 데코 씨

이기는 것만이 유대의 증명이 아니라고 드레인저 씨는 말했어요. 트레이너의 본분이 배틀은 아니기도 해요. 그렇다면 저는 어째서 체육관 챌린지를, 배지 모으기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솔직한 가장 커다란 이유를 한 가지 대자면 「뒤쳐지기 싫어서」일 거예요.14살의 아이는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단 말이죠. 그룹에 섞이지 못하는 걸요. 캠프 사람들이 제가 배지를 못 땄다고 해서 뭐라고 할 게 아니라는 걸 의식적으로는 알면서도요. 말하자면 자격지심이에요.「뭐 어때? 내가 못 쫓아가면 내가 달려가 맞추면 되는 거고, 남이 못 쫓아온다면 그 녀석들의 속도에 맞추어 줄 것 같은걸.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지내는 게 공동체니까.」「그럼 제가 못 따라가면요?」그 때 쟈키 씨가 들려준 말이..

121. 오늘의 아르바이트 3월 12일

그 첫 번째, 포켓몬 센터의 건강검진과 심리 상담 알면서 하는 거랑 모르고 하는 거랑 어떤 게 더 나쁜 행동일까요? 저는 단연 전자라고 생각해요.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쪽은 뭐라고 여지라도 있거든요. 그런데 알면서 저지르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지 않나요?그리고 저는 알면서도 저지른 쪽이었어요. 아마 이건 앞으로 평생토록 제 마음의 가시처럼 박혀 남아 있겠죠.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더라도요.새벽 같이 포켓몬 센터를 찾아와 아직 아무도 없는 복도에 멈춰선 제 앞으로 불과 며칠 전의 풍경이 지나갔어요.「어리신 분들께선 연구실로 가지 않으시는 것이……」「개인의 호기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니까요.」연구실을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릴 때에 거의 모두가 만류했던 것 같아요. 말리지 않은 건 오드리 씨와 ..

120. 오늘의 일기 3월 11일

오늘은 일기 대신 경이로운 발견에 대한 정리와 초록입니다.어머니 달리아 라지엘 씨는 늘 전설의 포켓몬의 존재에 관해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곤 하셨습니다. 만약 전설의 포켓몬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 힘은 ‘전설’이란 칭호에 미치지 못할 그저 포켓몬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며 여러 전설과 신화 속의 초월적인 사건들은 세월을 따라 부풀려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혹은 그 시대에서 발견된 엄청난 에너지원이 한 순간에 기적 같은 힘을 보인 것이라고요. 이를 테면 호연지방에 과거 운석이 떨어질 뻔했던 사건처럼. 어머니는 깨어진 세계를 증명하는 일에도 관심을 보이셨는데 이는 기라티나의 존재를 믿거나 깨어진 세계가 저승이라는 가설이 아니라 그 세계와 블랙홀의 연관성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하지만 작일, 어머니의 ..

119. 오늘의 전투 3월 10일

처음이자 마지막, 우리 모두의 이야기 어제 노바 단체를 제압하는 일을 마무리 짓고 나서, 간신히 숙소를 빌린 캠프는 정말 초상집이 따로 없었어요. 초상집이라면 초상집이었겠죠. 우리가 알던 사람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저는 괜찮았냐고요? 이럴 때 제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해요. 중요한 건 저보다도 다른 상처 입은 사람들이었으니까.신뢰는 배신당하고 신의는 땅에 떨어지고 기대마저 잃고 나면 남은 건 오로지 실망과 슬픔뿐이었어요.세상은 여전히 캄캄한 채였는데요. 간신히 위아래 사방이 가로막힌 답답한 방화벽에서 나와도 별빛마저 죽어버린 것 같은 어둔 도시에서 빛나는 것이라곤 오로지 하늘의 뿔뿐이어서, 이 세상에 끝이 온다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했어요. 인간이 만든 인공의 빛은 모두 거두어지고 오직 전설적..

118. 오늘의 일기 3월 10일

포켓리스트가 연결되자마자 제일 먼저 수도 없이 많은 아빠의 메시지와 부재중 연락이 쏟아졌어요. 빼곡히 저를 걱정하는 메시지에 하나하나 다 읽지 않아도 마음이 뭉클해질 것 같았지 뭐예요. 동시에 하나하나 다 읽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괘씸하게도 읽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바로 아빠에게 괜찮다는 전화를 하려고 했어요.그러다 발견한 거예요. 아빠의 연락 사이사이로 엄마의 메시지가 끼워져 있는 걸. 보자마자 눈을 의심했어요. 엄마가 왜? 한 번도 먼저 연락한 적이 없는데. 아빠가 엄마에게도 연락한 걸까요. 그래서…? 그렇다고 해도요.엄마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할까요. 통화 버튼을 눌러볼까, 아빠부터 연락할까. 머뭇거리던 때였어요.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리고 제가 전화를 받지 못하고..

117. 오늘의 전투 3월 9일 전투

그 첫 번째, 테루테루의 차례엄마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연구를 하던 모습. 어느 정도 인지를 갖추고 나서부터는 그 연구가 무엇인지 흥미를 가졌어요. 그리고 엄마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죠. 그렇게 해서 엄마를 따라가고 싶었어요. 남긴 발자국을 뒤따랐어요.엄마의 연구의 시발점은 세계를 창조했다고 전해지는 진위 여부도 확실치 않은 포켓몬이었어요.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아르세우스가 빚어졌고 그로부터 시간이 분리되었고 공간이 분리되었다고 하는 전설의 포켓몬. 이를 위해 엄마는 거의 집에 없었어요. 어쩌다 한 번 들러도 전부 다른 목적이 있었다죠 가족을 위해 들른 적은 있던가. 기억나지 않네요.라이지방의 트레이너 캠프에 합류하기로 한 뒤, 나야 박사님과 1대1의 면접을 치렀어요. 나야 박사님에 관한 인..

116. 오늘의 탐색 3월 9일

발전소의 방화벽 안에 갇힌 지 만 하루쯤 지났어요. 그 사이 저는 벽을 보고 많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사실 제 기분이 이상하고 침침했던 건 단순히 햇빛을 보지 못한 탓이에요. 제 특성은 리프 가드라고 자주 말했었는데, 햇빛이 없으면 네거티브 폼이 되는 건 테리만이 아니거든요.그게 아니더라도 마치 여기저기 모난 돌이 된 것처럼 태도가 영 이상했더라면, 마치 나쁜 짓을 저지르기 직전의 아이가 된 것만 같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던 거겠죠.꼭 전부를 아는 게 좋은 것은 아닐 거예요. 또 알아선 안 되는 것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눈앞에 놓인 완성된 요리를…… 비유하자면 말이에요.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 무지한 채라면 그저 요리만을 눈앞에 둔 채 마음껏 설렐 수 있지 않을까요?애석하게도 완..

115. 오늘의…… 3월 9일

For. 니켈 열네 살의 아이는 또래에 비해 기민한 편에 속한다. 비단 동작이 잽싸거나 눈치가 빠른 것만이 아니었다. 예민하고 대화의 기류를 읽을 줄 알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두고 숙덕거리는 많은 말 또한 명료히 이해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무엇을 걱정하는지도 알았다. 그래, ‘안다’당신이 왜 제 옆에 앉았는지, 무얼 걱정하는지.“호기심 때문에 가시는 건가요?”그렇기에 답을 할 수 없었다.그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호기심만 갖고는 갈 문제가 아니에요. 당신이 커다란 충격을 받을지도 몰라요. 아이는 좀 더 보호받아야 해요. 그렇게 말할까. 눈앞의 어른은 아이를 아이답게 자라도록 언제나 신경을 기울여주곤 했다.정말 책임지실 수 있어요? 한 개인이 충격을 받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방 전체에 문제가..

114. 오늘의 일기 3월 8일

첫 번째, 제 의무에 관한 이야기 「저는 이 사태를 알 의무가 있어요.」권리도 아니고 책임도 아니에요. 이건 저의 의무예요. 혹은 사명감이에요. 연구자로서의. ──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일까요. 하지만 저는 여기에 어떤 의무감을 느꼈어요. 보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고.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어요. 누군가는 이 사태에 우리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것은 인류의 잘못이며 우리도 잘못이 있다고 했죠. 누군가는 적어도 이 사태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고도 했어요.그 사이에서 저는, 우리가 무언가 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째서 우리가 해야 하는지 부당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