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157

103. 오늘의 일기 2월 29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밤 오늘의 야식은 감자샐러드와 빵이에요. 고슬고슬하게 삶은 달걀과 감자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를 모닝빵 사이에 욕심껏 꽉꽉 채우고 슬라이드 치즈도 한 장 넣고 취향이라면 잼을 발라도 좋겠죠. 제가 만들었냐고요? 설마요. 베릴다 씨에게 받아 왔어요. 아, 베릴다 씨는 동산마을에 사는 아주머니인데요. 지난번엔 묘원지기 할아버지를 도와줘서 고마웠다거나 꽃들을 정리해주어 기뻤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졌어요.빵을 냠냠 먹으며 일기를 쓰려고 다이어리를 꺼내자 옆에 테스티아가 또 꼬물꼬물 오더라고요. 이 아이는 생각보다 더 야행성인 것 같아요. 제 포켓몬 친구들은 대부분 바른생활이라서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는 편인데─제가 잠들 때까지 잠들지 않는 테리와 제 모자 위에서 자다 깨다를..

102. 오늘의 기술 2월 28일

아직 다음 체육관까지는 멀었지만 앞으로 아무 씨에게 기술을 배울 기회가 몇 번 없을 테니까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겠죠.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서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기술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포켓리스트의 기술 목록을 보고 지갑의 남은 돈을 계산하고 아무 씨는 어디 있더라 두리번거리며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헤아렸어요. 그러니까, 테토는 기술머신으로 가르쳐도 되고 테리는 아직 고민 중이고 테스티아는 곧 스스로 배울 거고……,그렇게 헤아리며 소파에서 생각에 잠긴 사이 테마리가 어딘지 들뜨고 기대에 차서 제 주위를 기웃거리더라고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설레는 기색에 돌아보기가 정말 괴로웠지만 흘끔, 얼굴을 보자 평소의 험상궂은 얼굴 대신 꼭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곱게 눈을 빛내고 있는 ..

101. 오늘의 일기 2월 28일

그 첫 번째, 테스티아와 도시락 타임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손이 10개라도 모자랄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이상하다. 테리는 혼자 잘 컸던 것 같은데.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테리는 ‘반대가 아니고요?’ 하고 특유의 ㄱ-한 표정으로 절 보겠죠. 그래도 캠프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면서 편의상 전반조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이제 신경을 덜 써주어도 괜찮은 편인데요. 후반조…… 그러니까, 테논부터 시작해서 이후의 아이들은 아직 좀 더 지켜봐주어야 하는 편이에요.그 중에서도 테스티아는 특히요. 이 아이는 정말 마이페이스에 태평한 타입이라 제가 눈을 떼면 금세 혼자 꼬물꼬물 자기 흥미를 끄는 것으로 가버리고 말아 눈을 뗄 수 없어요.갓 화석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테스티아는 그랬어요.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느리게 끔뻑이면서..

100. 오늘의 아르바이트 2월 27일

그 첫 번째, 포켓몬 센터 “───그래서 도와주실 수 있나요?”“네. 맡겨주세요.”동산마을에 오자마자 노바 단체 사람들과 마주쳤어요. 그들은 무언가 신기하고 커다란 장비를 들고 숲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요. 작은 마을을 둘러싼 아늑한 숲에 그 커다란 장비들은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조심성 없이 지나갈 때마다 가지가 꺾이고 풀이 고개를 숙이는 게 훤히 보였어요.정말 속상한 일이었어요.제 고향인 꽃향기마을은요. 어딜 가나 너른 꽃밭이 사시사철 피어 있는 게 자랑인 마을이에요. 그런데 혹시 알고 있나요? 아주 먼 과거, 꽃향기마을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대지였다는 걸.그 아무것도 없던 땅에 사람들과 포켓몬이 모여서 힘을 합쳐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려 지금의 꽃향기마을을 만들었다고 해요...

099. 오늘의 어드바이스 2월 26일

“그래서 말인데요, 아무 씨.”포켓리스트로 한참 이것저것 베테랑 트레이너들의 말을 듣다 보니 결론은 테마리에게 다양한 타입의 공격을 가르쳐두는 편이 좋을 거라는 거였어요. 테마리는 격투타입인데 말이죠. 트레이너 참 어렵다.지금 테마리가 쓸 수 있는 건 인파이트, 난동부리기, 유턴, 크로스촙의 네 종류로 두 개가 격투, 하나가 노멀, 하나가 벌레 타입이에요─유턴은 왜 벌레의 기술인 걸까요?─. 그리고 사람들의 추천은 여기에 땅 타입의 지진이나 바위 타입의 기술 중 하나를 가르치는 편이 좋을 거라고 하더라고요.“그런데 지진은 기술머신이 있고 그러니까 스톤에지나 스톤샤워 중에 하나가 좋을 것 같은데요.”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어 고민이 깊었어요. 한쪽은 상대를 풀죽게 할 확률이 높았고 다른 쪽은 위력이 더 높..

098. 오늘의 일기 2월 26일

결전의 시간이에요. 테논과의 일을 마무리 지을. 고요해진 밤 저는 드디어 마음을 굳혔어요.귀여움이 한계를 넘으면 견디지 못한다고 하던 리브는 그새 테오의 애교가 조금 익숙해졌는지 손을 뻗어주었어요. 테오는 그 손가락을 자기 조막만한 두 손을 꼬옥 붙잡고 뺨을 부볐고요. 쟨 저런 건 정말 어디서 배운 거람.저는 그런 둘을 앞에 두고 한참, 또 한참 머릿속으로 생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같이 가주세요, 리브.”제 말에 리브는 그래, 하고 따라 일어나주었는데요. 의지할 일이 있을 때 언제든 찾아와도 된다고 해주었지만 정말 매번 리브에게 기대고 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리브가 같이 가주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요. 테논이 담긴 몬스터볼을 들고 다른 캠프 사람들을 깨우지 않게 조용히 숲속으로 이동하..

097. 오늘의 일기 2월 25일

그 첫 번째, 룰루랄라 소풍 준비오늘의 날씨, 맑음. 햇살이 매우 좋음.일어나자마자 텐트 바깥의 하늘을 확인한 저는 응, 다행이야! 안심하고 쭈욱 기지개를 켰어요. 오늘은 숲속을 탐색하러 가기 전에 먼저 테토와 개울가로 놀러가기로 했거든요. 어제 약속한 것처럼요.주섬주섬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치자 테리가 밥은 먹고 가라고 저를 쭉쭉 당겼어요.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는 식사가 차려져 있는 캠프의 중앙이에요.“아, 도시락도 싸갈까?”제 말에 테토는 리일! 하고 꼬리를 기운차게 흔들었어요. 테토는 잔뜩 먹으니까 잔뜩 챙겨야겠다. 마침 어제 자뭉열매를 7개나 주워 왔으니까 저는 자뭉열매를 얇게 썰어서 위에 소금과 후추를 톡톡 뿌리고 크림치즈를 끼운 샌드위치를 한가득 만들었어요.이 ..

096. 오늘의 일기 2월 24일

오늘의 일기 리턴즈,테논은 오늘도 하루 종일 볼 안에 머물렀다. 디모넵은 테논의 볼을 꺼내서 손에 들고 한참 보다가 테논과 눈을 마주치고 볼을 다시 집어넣길 반복했다.볼 안의 테논은 무척 얌전했다.-테논, 볼 밖으로 나올래?그 말에도 얌전하고 조용했다. 이대로 나오지 않아도 좋다는 듯. 그게 몹시 신경이 쓰여서 디모넵이 슬쩍 볼의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곧장 볼 안에서 축적한 전기를 뿜었다. 모두의 조언을 받아 테오를 옆에 잘 붙여두었기에 망정이지. 전기를 가득 흡수해 누구보다 빨라진 테오가 재빨리 볼의 버튼을 다시 눌러 테논을 집어넣는 일이 반복, 또 반복이었다.테논은 내가 싫은 걸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테논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트레이너를 원했다. 그러나 트레이너의..

095. 오늘의 포켓몬 2월 24일

「일기는 시작부터 조금 눈물로 젖어 있다. 잉크가 번져 첫 마디가 알아보기 힘들다.」「다만 몹시 흥분하고 떨리는 상태로 적은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샤비를만났어요.어쩌면좋죠.샤비라고요.신오에서는볼수없는풀타입을또만나다니이것이야말로아르세우스님의은총은아닐까요?「띄어쓰기조차 잊은 듯 엉망진창으로 휘갈겨 쓴 일기는 이 뒤로도 쭉 흥분의 도가니가 이어졌다.」「그 샤비가 어떻게 생기고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구구절절 쓴 문장이 10줄을 넘겼다.」「흥분으로 가득했던 일기는 그러나 이윽고, 머뭇거림이 섞여 종이가 눌린 자국이 깊어졌다.」하지만 막상 샤비를 눈앞에 두고도 저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면 제게는 이미 테리와 테이가 있었고 되도록 열두자리의 기회 앞에서 다양한 타입의 친구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모두에게 ..

094. 오늘의 탐색 2월 24일

그 첫 번째, 개울과 늪지대와 테토 오늘 제 목표는 풀 타입 친구들을 잔뜩 만나는 거예요. 만나는 김에 불꽃 타입도 만나면 좋고요. 가보고 싶은 건 솔직히 어둑한 숲이었는데요……. 역시 제게 없는 불꽃 타입의 친구도 신경이 쓰여서요. 만약 오늘 운이 좋아서 불꽃 타입 친구를 만나게 되면 내일은 어둑한 숲길로 가도 좋고요.그렇게 모두에게 설명을 하고 막 가방을 싸서 나가려는 참이었어요.“쁘애앵~~!”시러시러~~~~! 개울 갈래~~~! 늪 갈래~~~!포켓몬의 나이는 어떻게 가늠해야 하는 걸까요. 인간처럼 그저 태어난 햇수만 갖고 헤아리기엔 포켓몬마다 성장 속도도 다르고, 진화함에 따라 정신적 성숙을 이루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테이는 나무지기일 때도 의젓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란 면이 더 강했는데 나무킹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