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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카스토르 바실리스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당신의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라,당신을 존중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카밀라 씨.” 존중, 그 말에 조소가 비집어졌다.정말 한결같은 사람이다.한결같이 바보에 어리석고 멍청하고 답답하고 어수룩한데다 요령은 나쁘고 손해 보면서 기뻐할 멍청이.아직도 당신을 보면 구역질이 날 것만 같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곤 극히 한정적이다. 남길만한 기억이 없는 탓이다. 괴롭고 힘들고 아프고 끔찍하고, 아니면 남겨둬 봤자 하등 영양가가 될 것 없는 수많은 기억을 지우고 불태우고 찢고 하다 보니 남은 것이 몇 없었다.그 남은 기억의 대부분은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유일하게 간섭에서 벗어나는 시간, ‘자유’라고 부를만한 얄팍한 순간. 거기서 읽었던 책 중에 꼭 당신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Project : JOKER 2019.07.12

#4

: 앙헬 서머즈 “야.”그 부름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저질렀다. 저질렀어. 저질러버렸어. 화를 내겠지. 똑같이 손이 날아올까. 질끈 눈을 감고 거북이처럼 목을 넣는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멎을 줄 몰랐다. 어째서 우느냐 묻는다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고, ……그만큼 슬퍼서였다.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또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과 엉망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역시 저는 무리예요. 이상할 수밖에 없어. 평범, 보편, 정상, 당연, 어느 것과도 거리가 멀어.붉고 뜨거운 것을 각오했다. 푸르고 찬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당신은 전혀 다른 색, 다른 온도의 것을 주었다.아, 마치 제 빛과 같지. 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 것이라 생각한 적 없는 그 빛. 그 샛노란 빛.“차라리 화를 내고..

Project : JOKER 2019.07.12

#3

: 앙헬 서머즈 「아니. 나도 너랑 같은 세계에 살았어.」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당신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들여다본다.다시 들여다본다.본다. 본다. 본다.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당신이 없었다.없다. 그럴 리가 없다. 존재할 리 없다. 없다. 없다. 없어야 한다.태어나면서부터 능력자인 아이가 벨레로폰의 마수를 벗어나리란,없다. 있어선 안 된다.왜?그야, 아니라면 억울하잖아.왜? ……나만?“이 기만자!!!”──철썩.제 어깨로 걸쳐졌던 담요가 스르륵 바닥에 떨어진다.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당신 앞에선 제법 열심히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딱 반이었다. 제 웃는 낯을 간파하고 속아 넘어가주지 않는 사람과 선량하고 순진하게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카밀라는 후자가 좋았다. 그 사람들 앞에서 ..

Project : JOKER 2019.07.12

#2

: 카스토르 바실리스 “구역질이 나요.”“구역질이 나요, 카스토르 씨.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저, 생리적으로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말을 이으며 여자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흘러넘치는 눈물을 두 손등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리는 게 누가 봐도 피해자는 여자였고 비극의 주인공도 여자였다.그 뚫린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만 아니었어도 말이다.“무능하고 무력한데 왜 살고 있어요? 그럼 죽어. 내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 죽어, 죽으란 말이에요. 나를 구하려는 생각은 품지도 않은 채 그저 나를 통해 당신의 자기만족을 채우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것뿐이죠? 내가 당신의 ___인가요?”여자는 더없이 서럽고 슬프단 듯 여전히 훌쩍거리며 울었다. 지나가던 누구나가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

Project : JOKER 2019.07.12

#1

: 리우리엔 *“이 버러지 같은 게!!!” 버러지 같은, 버러지, 버러. 버러. 버러지, 같다. 버러지 같은 게. 그건 누구를 향한?ㅡㅡㅡ바닥을 기었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 입에서 나오는 게 아냐. 기억이다. 아파? 아파. 웃어. 웃을게.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빛이 있었다. 나의 빛이 아니야. 형광등의, 전기등의, 팍 깨지고 푹 찔리고 쏟아지는 인조등의, 플래시백. 깜빡. 깜빡. ……깜짝! 기억이 혼망한다.왜 그런 눈으로 봐? 쳐다보지만 말고 무슨 말이라도 해줘. 어서 날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풀어. 도와줘. 살려줘. 싫어. 아프게 하지 마. 이 버러지 같은 게!!! 아, 또 꿈틀거리는구나. 가엾기도 하지. 치료해줄까? 그래, 동정을 던져. 싸구려 동정을. 빨리. 빨리. 빨..

Project : JOKER 2019.07.12

Project : JOKER :: 카밀라

“당신의 빛이 되어드려요.” 이름 : 카밀라 / Camilla나이 : 26세성별 : 여 (시스젠더)외모: 햇살 아래 밀밭이 연상되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층을 잘못 내 여기저기 삐쳐있다. 동그란 풀잎색의 눈동자는 초여름의 갓 돋아난 풀이 햇살을 흠뻑 머금은 듯 보인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귀엽고 선한 인상. 살구색의 피부는 햇빛 아래 오래 있으면 금세 홍조가 오르곤 한다. 왼쪽 귀에 금색의 귀걸이를 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이 발동할 때면 빛을 반사해 반짝이며 주목을 산다.선이 가는 편으로 겉보기에도 전투 능력은 없는 게 명백하다. 지구력은 나쁘지 않지만 전반적인 신체 능력은 간신히 평균.제복은 개조 없이 반듯하게 차려입고 지퍼를 목끝까지 올리고 있다. 다만 웃옷을 일부러 한 치수 크게 입어 넉넉한 품을 ..

Project : JOKER 2019.07.12

39. 오랜만이란다, 예수.

: 독고예수 “나는 무너지지 않을 거야. 나는 끝까지 갈 거야. 나는 괴물이야. 우린 괴물이야, 아인델. 그래도 끝까지 가야지. 혼자 걷게 된다고 해도 가야지. 미안하다는 말은 안할게. 너는 분명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해 줄 거니까.”그 때, 어둠속에서 들려오던 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덤덤하고 차분하고 침착하고, 동시에 많은 것을 집어삼켰던 극도로 억눌린 목소리를. 네가 잘 참는 아이가 되길 바랐던 게 아닌데. 힘들 땐 힘들다고,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랐는데.그 때, 하지만 너는 힘든 건 내가 아니라고 도와줄 테니 돕게 해달라고, 내 생각보다도 더 굳건히 서 말했을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아이가 너를 돕겠다고 해주었을까.그 때, 나도 한 번쯤 말해보는 게 좋..

소멸, 탄생 2019.05.26

38. 작은 깨달음을 얻었어.

: AU개인 미션+율릭 함메르쇼이 *난데없이 가이드가 되어버린 감각은 그저 기묘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가이드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무엇인가가 달라진 느낌이 곧장 들지 않기도 했다. 아직 능력을 쓰지 않았고, 능력으로 인해 찾아오는 광기가 없었다. 다만 제 손바닥을 펼쳤을 때 은색의 실이 휘감기지 않는 것만이 묘하게 위화감을 자아냈다.가이드가 되었다는 감각보다도 센티넬이 아니게 되었다는 감각을 느꼈다. 거기에 든 감상은 ‘서운함’. 인간은 이렇게도 모순적이다.센티넬이 됨으로써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꼈다. 찾아오는 광기 앞에서 센티넬에겐 가이드가 필요했다. 홀로는 완벽할 수 없음이 나를 구성하는 본질의 일부가 되었다. 완전무결을 꿈꾸는 제겐 맞지 않는 일이었다.그럼에도 센티넬이 된 것은 나..

소멸, 탄생 2019.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