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릭 함메르쇼이 분홍색과 하얀색으로 포장된 상자를 열었을 때, 안에 들어있던 것은 흰색의 면적이 작은 옷이었다. 옷이라고 해도 될까? 등 부분은 분홍색의 리본으로 코르셋마냥 조이게 되어 있고 앞면은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가릴 수준으로 짧은 것이 반질거리고 미끌미끌하다. 아인델이 생전 만져볼 일도 입어볼 일도 없는 것이었다. 그 낯선 옷을 들어 살펴보는 표정은 난감함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크게 표정 변화가 드러날 일 없는 얼굴 위로 머뭇거림이, 이어 난처함이. 매끈한 눈썹을 내 천자를 그리도록 모은 채 아인델은 한참 그 옷을 들고만 있었다.상자의 뚜껑 위에는 압화된 꽃이 자리한 카드가 한 장 올라와 있었다. 사비아가, 아인에게. 선물이에요. 입어주실 거죠? 정말이지, 그 아이는 또 이렇게 곤란한 것..